요즘 한창 드라마 연출 준비하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합니다. 이럴 땐, 신문에 나오는 신간 소개 기사를 읽는 걸로 활자에 대한 허기를 달랩니다. 한겨레 신문 금요판 책소개도 좋아하고, 경향신문 토요판에 나오는 신간 소개도 좋아합니다. 평소 은유 작가님의 글과 책을 좋아하는데, 새 책을 내셨더라고요. 

<출판하는 마음> (은유 인터뷰집/제철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단계별로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편집자부터, 저자, 번역자, 북디자이너, 마케터, 서점 주인까지 책을 다루는 모든 직업이 총망라되는데요. 저 역시 늘 궁금했어요. 책을 한 권 낼 때마다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는데, 그 분들의 일이 어떤 것인지 늘 궁금했거든요. 

책을 내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만나는 건 편집자입니다. 편집자는 때론 문이고, 때론 벽이에요. 그 문을 통과하면 글이 책이 되고, 벽을 넘지 못하면 글은 세상과 만나지 못합니다. 

은유 작가가 계간지에 게재했던 원고를 책으로 묶어낼까 했더니 편집자가 이렇게 말했대요.

"그 글은 좋지만 그게 책이 될 순 없어요."


나는 글과 책을 분간하지 못하고 있었다. 글이 내 안에서 도는 피라면,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책은 누군가에게 읽힐 때만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모호한 자의식은 제쳐두고,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사는 독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지, 시간을 쪼개어 책을 읽는 독자가 무엇을 가져갈 수 있을지를 독자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중략)

글의 총합이 책이 아니라는 것. 좋은 글이 많다고 좋은 책은 아니라는 것. 한 권의 책은 유기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와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 일을 과단성 있게 솜씨 좋게 해내는 사람이 편집자라는 것. 저자는 외부자의 시선을 갖기 어렵기에 편집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 좋은 출판사보다 좋은 편집자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위의 책 12쪽)


지난 몇 년, 회사가 제게 드라마 연출을 맡기지 않으니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드라마 감독이 대단한 직업인줄 알았는데,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바보더라고요. 작가가 대본을 쓰고, 배우가 연기를 하고, 카메라 감독이 촬영을 해야 뭔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블로그를 하고 출판 작가의 삶을 동경했어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믿었거든요. 책을 내면서 깨달았어요. 블로그는 혼자 할 수 있는데요, 출판은 좋은 편집자의 도움이 필수입니다. 결국 출판도 협업의 결과라는 걸 깨달았어요. 

궁극적으로는 모든 글이 책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니, 언젠가 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그래야 글쓰기가 더 즐거워져요.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벽돌을 쌓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일꾼과, 하느님께 바치는 성전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사람의 자세가 다르듯이, 글을 쓸 때도 언젠가 책이 될 원고를 모은다는 생각으로 써야해요. 

몇 권의 책을 낸 후, 주위에서 출판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많은데요.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작가가 되는지, 작가가 되면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일하는지 알 수 있어요. 무엇보다 글쓰기 선생님이기도 한 은유 작가의 글 자체가 좋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내가 평소 즐기는 요리를 누가 어떤 식으로 준비하는지 알고 먹으면 더 감사한 마음이 생길 테니까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출판하는 마음>

책을 읽고 나니 문득 욕심이 듭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드라마를 만드는 모든 직업의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작가, 배우, 촬영 감독, 조명 감독, 동시 녹음 기사, 편집자, 음악 감독, 제작자까지. <드라마를 만드는 마음> 소중한 마음을 하나하나 지면에 모아보고 싶네요.

(추신: 어제 첫 촬영 소식에 축하한다는 댓글을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촬영하는 틈틈이 여러분의 글을 읽으며 뿌듯하고 감사했어요. 즐겁게 달려보겠습니다!)  



'공짜 PD 스쿨 >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남자로 사는 비결  (8) 2018.04.23
반 고흐 갤러리북  (12) 2018.04.19
우리 모두 저자가 됩시다  (9) 2018.04.17
시사 풍자 만화의 끝판왕  (2) 2018.04.12
답은 책 속에 있다  (16) 2018.04.09
사부님과 펜팔하기  (5) 2018.04.05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하하99 2018.04.17 07: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책 잘 보았습니다. 매일 책 한 권 써봤니? 책에서 고교내신 10등급중에서 5등급이었다는 내용이있는데 당시 15등급까지 아니었나요? 제가 87학번이라서요.

  2. 웰시언니 2018.04.17 08: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pd님책 두권다 보고 블로그 방문하게 되었어요. 블로그에 어떤식으로 글을 쓰시는지 보고 싶어서요. 막상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데 막막하더라구요. 자주 방문해서 글 읽을께요. 책 두권다 에너지가 넘처 재밌게 보았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젊은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인것 같아 저도 그 에너지 받고 싶네요.

  3. 섭섭이짱 2018.04.17 0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한테 딱 필요한 책이네요. 저자가 되고 싶은 일인으로 책 제작 과정이 늘 궁금했는데, 이 책 읽으면 어느정도 해소될거 같네요. 바로 구매 들어갑니다. 앞으로 편집자분들 마음을 잘 헤아려야 겠네요. ^^

    <드라마를 만드는 마음>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요. 드라마 제작에 대한 이야기는 꼭 써주세요. 무척 궁금해요.

    오늘도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 vivaZzeany 2018.04.17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출판에 관한 책(!)이라니, 읽어보고 싶군요!
    아니, 저보다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어렸을 때 아이들 꿈이 글,그림을 함께 쓰고 그리는 작가였거든요.
    (지금은 10대 후반이 되더니 세상에 찌들.....)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면,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좋은 책을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기 오면 항상 뭔가를 배우고 얻어가는 기분이 들어요. ^______^
    저도 타인에게 그런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써보자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5. 2018.04.17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mia 2018.04.17 1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모든 직업의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드라마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정말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ㅎㅎ 언젠가 꼭 출판하실거라 믿어요.

  7. valerie 2018.04.17 20: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친구에게도 추천 받은 이 책을 여기서도 보네요.
    이럴땐 더욱 반갑고 기쁩니다.
    비슷한 결과 취향을 가진 친구와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요. *.*

  8. simss 2018.04.17 2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읽어봐야 겠네요. <드라마를 만드는 마음>이라는 책을 쓰신다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드라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항상 궁금했거든요.

  9. dldmldls 2018.04.18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회 도서관에 방문했다가 베스트란에 있는 작가님?피디님? 책 뽑아다가 너무 재밌어서 오늘 단숨에 읽었드랬습니다. ^^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세바시 강연도 바로 보았구요. 정말 제게 큰 울림과 웃음을 주는 내용들이었어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응원같은 말씀.. 정말 멋진 것 같아요!! 덕분에 오늘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