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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그른 일을 하다 해를 본다

by 김민식pd 2018. 9. 6.

고전학자 정민교수님의 책을 즐겨읽습니다. 한국일보에서 연재중인 '정민의 자산독본'을 읽다가 '아, 언젠가 또 한 권의 책이 될 글이로구나'하고 직감합니다. 무엇보다 다산 정약용의 글을 풀어주시는 게 참 좋습니다. 주조정실 근무할 때, 유배 생활이 힘들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북한강 자전거길을 달려 남양주에 있는 다산 생태공원을 가곤 했어요. 유배지에서 남긴 다산의 글과 생각을 보며 '꿋꿋하게 버티자'고 다짐했지요. 

유배길에 오른 다산이 아들에게 준 글이 제게는 희망이었어요. 

'너희는 이제 집안이 망해서 출세는 글렀으니.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며 살아라.'

과거 시험 준비하느라 억지 공부하지 말고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마음껏 즐기라는 이야기겠지요. 그 글이 2016년 한 해 동안 250권의 책을 읽는 동력이 되었어요. '그래, 기왕 이렇게 된 거...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자.' 

오늘은 다산이 아들에게 준 또다른 편지글을 공유합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청합니다. '그들에게 고개를 한번만 숙이셔서 석방을 빌어보시지요.' 다산이 보낸 답입니다. 


“세상에는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시비(是非)와 이해(利害)가 그것이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롭게 되는 것이 가장 좋고, 옳은 일을 해서 손해를 보는 것이 그 다음이다. 그른 일을 해서 이익을 얻는 것이 세 번째고, 그른 일을 하다가 해를 보는 것은 네 번째다. 첫 번째는 드물고, 두 번째는 싫어서, 세 번째를 하려다 네 번째가 되고 마는 것이 세상의 일이다. 너는 내게 그들에게 항복하고 애걸하라고 하는구나. 이는 세 번째를 구하려다 네 번째가 되라는 말과 같다. 내가 어찌 그런 짓을 하리. 이는 그들이 쳐 놓은 덫에 내 발로 들어가라는 말이 아니냐? 나도 너희들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죽고 사는 문제에 견주면 가고 안 가고는 아무 것도 아니지. 하찮은 일로 아양 떨며 동정을 애걸할 수는 없지 않느냐?”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로~)

http://hankookilbo.com/v/a51cff0661e64717a48a22a210abbc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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