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가장 힘든 게 인간 관계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힘들어요. 특히 드라마 연출을 하면서, 저는 저 자신의 한계를 절감합니다. 누가 부탁할 때, 거절하는 게 참 괴롭거든요. 연출이란 선택하는 게 주된 업무입니다. 대본을 선택하고, 배우를 선택하고, 스태프를 선택합니다. 선택의 자유가 없다면 연출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7년만에 맡은 드라마 연출, 이 귀한 기회를 저는 신성하게 생각합니다. 최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가급적 청탁은 배제하고 전문가와 상의하고 항상 회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드라마 준비를 하면서 조금씩 지쳐갈 무렵 큰 딸 민지가 추천해준 책을 읽고 마음이 풀렸어요.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정문정 / 가나출판사)


일에 관련한 청탁을 싫어합니다. 평소 친분을 함부로 쌓지 않습니다. 술도 안 마시고, 커피도 안 마시고, 골프도 안 치는 걸요. 친한 제작자라는 이유로 대본을 선택하고, 친한 기획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배우를 캐스팅한다면, 내게 드라마 연출을 맡긴 회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연출에 관련해 들어오는 청탁이 사람을 참 힘들게 만듭니다. 그 모든 청탁을 고려하는 순간 길을 잃어버리거든요. '내가 너무 냉정한 걸까?'하는 생각에 괴로울 때, 책에서 이런 글을 읽었어요.


'사람은 모든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된단다. 모든 것에 대답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잃어버린단다. 자기 자신을.'

(위의 책 67쪽)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많은 요구를 받습니다. 그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면,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선택의 여지를 누릴 수 있어야 해요. 어쩌면 내게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하는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닐지 몰라요. 진짜 친구는 거절하기 어려운 부탁은 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아니 부탁을 할 때는, 상대에게 거절할 수 있는 자유도 함께 줬으면 좋겠어요.  


'어른이 되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싫은 사람을 덜 봐도 된다는 것과 친구에 덜 연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며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도 하고 나쁜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도 관찰해보니, 행복감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 결정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깊이 있는 관계는 함께한 시간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나는 인간관계에서 무리하지 않는다.'

(위의 책 202쪽)


관계는 양보다 질이라는 말이 참 와닿는군요. 나이 50이 되어 보니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은 '나'더군요. 나 자신으로 사는 게 참 중요한 일인데 그게 힘들어요. 이제는 굳이 누군가에게 맞추려 하지 않습니다. 동창회는 나가지 않습니다.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해가며 의미없는 네트워킹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고등학생인 민지는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요. 어느 친구와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 고민을 풀기 위한 답을 찾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대요. 책을 읽고 고민이 풀리고 마음도 풀렸다고 해요. 책에서 민지가 밑줄 그은 대목을 읽을 때는 마치 딸아이가 제게 말을 거는 것 같았어요. 민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요. 

"덕분에 좋은 책을 읽게 되었네. 제일 기분 좋은 게 뭔지 알아?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너는 책에서 답을 찾는다는 거야. 네가 책을 찾아서 읽는 사람이 되어서 너무 좋아."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답은 역시, 책 속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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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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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보리 2018.04.09 08: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님 정말 잘 키우셨어요 ~~♡

  2. Supernova_MW 2018.04.09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감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질이 결정한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 오늘도 아침부터 좋은 글 읽고 갑니다.

  3. 남매두기 2018.04.09 0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 책 한 권 외워봤니?,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으면서 이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책을 읽고, 저의 일상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올리는 걸 즐겨하는데,
    그런 저에게 듬뿍 칭찬을 주었답니다.
    이제 매일매일 이렇게 선생님의 블로그에 들어와서 마음의 위안과 배움을 얻어가려고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4. 카이리 2018.04.09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요일 아침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포스팅을 읽게되어서 참 반갑고 감사합니다
    책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좋은한주 시작하세요 ~

  5. 섭섭이짱 2018.04.09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PD님도 읽으셨군요. 와이프가 정말 강추하던 책인데.. 책에 많은 내용이 공감된다고 하더군요.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걸 보면서 많은 분들이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걸 다시 느꼈죠.
    인간관계 때문에 고민인 분들은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

    <정문정 작가 블로그>
    https://moonjeong86.blog.me/

    <정문정 작가 인터뷰>
    http://ch.yes24.com/Article/View/35187

    https://univ20.com/30663

    예전부터 글을 써오셨네요. ^^

  6. 김경화 2018.04.09 11: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꾸로 책을 추천받았을때 의 피디님 마음이 어땠을까~라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중2 인 딸에게 피디님의 노란책과 파란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권유하면 아주 상냥하게 사양합니다.기다려야지요. 지금 그 책들은 다른 집으로 6개월정도 이사갔어요.
    '선택의 여지' '거절할수 있는 자유' 라는 표현이 와 닿네요.
    지금 읽고 있는 책속에 '편향증험' 이라는 말이나오는데 엄청 어려운표현같은데 재미있는 의미가 담겨져 있어요~

  7. 김도형 2018.04.09 11: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꼭 닮고 싶습니다. 저는 따라쟁이니까요~!!

  8. 정지영 2018.04.09 1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감은 관계의 질이 결정한다.
    완전 동의합니다. 40여년 지낸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에 터를 잡은지 2년이 되어가는데, 예전보다 더 행복감을 느껴요. 그동안 맺어왔던 수많은 관계를 뒤로하고 아는 사람 전혀 없는 곳에서 한명 한명 소중한 인연을 쌓아가니 행복함이 수직 상승하는 기분입니다.

  9. 샤론 2018.04.09 13: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다시 연출 일 하시게된거 좀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힘들고 어려운 부분들을 극복해내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넘 멋지세요!

  10. 이영동 2018.04.09 17: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석 피디님 7년만에 연출 소식 축하드립니다!!!
    회화공부로 헤메다가 PD님의 다양한 스토리를 듣고 용기를 내어
    '영어책한권외외봤니?' 및 추천해 주신'******* 기적'
    으로 틈틈히 열공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특강 꼭 초대 드리고 싶네요
    파이팅! 이십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11. luvholic 2018.04.09 20: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등학생 따님이 멋진 책을 추천해주셨네요.^^
    저도 이책 흥미롭게 읽었어요~
    살면서 허례허식인 것들을 조금은 제쳐둘 수 있게
    숨구멍을 틀수 있게 저자는 살고 있더라구요.^_^

  12. 사람의 향기 2018.04.09 2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에서 위로 받고 갑니다.
    나를 지키는 것 한편으로는 외롭기도 해요.
    하지만 용기내서 나를 지켜가려고요.
    사랑하는 내 자신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

  13. 2018.04.10 1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4. 프린터옆사원 2018.04.10 21: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거엔 MBC드라마가 장안의 화제 였는데 최근에는 예전만 못하다는 게 중평입니다. 주말드라마를 하신 다는 소식을 블로그에서 보니 제가 다 기쁘고 기대가 듭니다. '이별이 떠났다’ 꼭 첫방부터 본방 사수 하겠습니다.

  15. 불량마마 2018.04.12 12: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답은 책속이있다 명언이네요~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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