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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김동식이 나타났다!

by 김민식pd 2018. 3. 20.

책을 읽고 좋으면, 작가를 쫓아다닙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읽고, 내부고발자라는 저자의 입장에 격하게 공감했고요. 그 책을 쓴 시간강사가 결국 대학 사회를 나와, 대리운전을 하며 산다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저자의 선택에 응원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나온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를 읽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지금도 가끔 김민섭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면서 근황을 살핍니다. 언젠가부터 김민섭 작가의 타임라인에 어느 소설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어요. 특이한 작가가 한명 있다고 하기에, 추천의 글을 읽고 소설을 사서 읽었습니다.


소설을 보면, 맨 앞에 김민섭 작가의 추천사가 나옵니다.


'김동식 작가의 글을 처음 읽은 건 2016년 어느 봄날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의 공포게시판에서 '복날은 간다'라는, 무언가 장난스럽기도 하고 (죄송하지만) 조잡한 필명을 가진 이용자가 올린 글을 읽었다. 아마도 그의 첫 작품인 <푸르스마, 푸르스마나스>였을 것이다. 그의 글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재미있는 글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곧 그를 잊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같은 게시판에서 이전보다 더욱 재미있는 글을 읽었고, 필명을 보니 '복날'이었다.

누구든 타인의 감탄을 자아낼 만한 글 한두 편쯤은 쓸 수 있다. 기발한 서사는 운으로든 실력으로든, 아니면 실수로든 적당한 우연과 필연이 섞여 어느 순간 탄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글이 열 편이 되고 스무 편이 된다면, 그에 더해 글이 더욱 좋아진다면, 거기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김동식 작가는 계속해서 글을 썼다. 보통 2~3일에 단편 하나를 완성했고, 어느 날은 아침에 한 편, 저녁에 한 편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열다섯 번째쯤 되는 단편 <회색 인간>을 읽으면서 나는 '재미있는 (글이 아니라) 작가가 탄생했구나'하고 깨달았다.'


1년 반 동안, 340편의 단편소설을 썼다는 얘기에, '이게 말이 돼?' 했어요. 저도 매일 글을 쓰긴 하지만, 이건 일기고요. 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가능할까요? 3권의 김동식 작품집 중 제 1권인 <회색 인간>을 교보문고에서 산 후, 나머지 2권은 YES24에서 전자책으로 샀습니다. 지난 달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크레마 (전자책 리더기)에 넣어가려고요. 비행기 기다리며, 혹은 숙소에서 조금씩 야금야금 아껴먹듯 읽었어요. 남은 분량이 점점 줄어드는게 아까울 지경이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환상특급>같은 드라마 연작 시리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학교를 다니다 중퇴하고 서울에 올라와 주물 공장을 다닌 김동식 작가. 낮에는 뜨거운 주물 국자로 틀에 납을 붓는 일을 하고, 밤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릴 글을 썼어요. 돈 한 푼 안 되는 일이지만 매일 매일 꾸준히 쓰지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공장에서 일할 때 나는 사회에서 빠져도 아무런 차이가 없는 부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글을 쓰면 내가 주도적이 되고 기계에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바라는 것도 별로 없다. 내 글을 읽고 사람들이 재밌어하면 좋겠다."

(기사 원문)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103&oid=009&aid=0004111481


이게 인터넷 글쓰기의 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지난 몇 년 동안, 송출실에 앉아 뉴스를 강제시청하면 저들의 노예가 된 것 같은데,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자유인이 된 것 같았어요. 심지어 그렇게 쓴 글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위안이 된다고 하면 얼마나 감사한지요... 

김동식 소설집, 강추입니다. 맛보기로 아래 브런치에 올라온 단편을 읽어보셔도 좋아요.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잠시 생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bok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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