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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10년에 한번씩 대운이 온다

by 김민식pd 2018. 4. 26.

지난 몇 년, 철없는 중년의 아들을 둔 덕에 어머니가 노심초사하셨지요. 2012년에 노조 집행부를 하다 검찰에 불려다니고, 그 해 말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는 걸 보고 어머니가 그러셨어요. "도대체 우리 아들을 얼마나 큰 그릇으로 만들려고 이렇게 시련을 자꾸 주시노." 답답한 마음에 점을 보러 다니셨는데요, 점집에서 그러더랍니다. '걱정하지 마소. 나이 50에 다시 꽃 핍니다.' 오죽 답답하면 점을 보러 다닐까 싶다가도, 그래도 역술인의 말을 듣고 어머니 마음이 좀 편해지셨으니 다행이다 싶어요.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도 기다리면 운이 풀립니다. 

<다르게 살고 싶다> (박장금 / 슬로비) 는 '사주명리로 삶의 지도 그리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만큼 자극을 주고 영감이 되는 좋은 글이 책에 가득했다는 뜻이지요. 중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글도 있어요.  

'생의 주기로 보면 금은 중년기에 해당한다. 젊은 시절에는 기운이 밖을 향해 나를 드러내고 싶지만, 중년이 되면 기운이 안을 향해 내면을 가꾸고 싶어진다.

금의 시기에는 몸이 더 성장하지 않는 대신 정신적인 성장이 일어난다. 이런 변화를 모르면 젊은 시절을 붙들고는 중년을 제대로 맞지 못해 우울해 한다.'


(위의 책 59쪽) 




박장금 선생님은 대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대운은 10년마다 바뀌는 큰 흐름으로 '누구에게나 오는' 운이라고요. (159쪽) 만세력을 뽑으면 대운 숫자가 나오는데요, 10년 주기로 흐름이 바뀌는 나이인데 이때 인생의 변곡점이 생긴답니다. 책을 읽다가 과연 그런가? 하고 제 인생을 돌아보니, 제게도 대운은 10년에 한번씩 왔더군요. 


스무살에 영어를 만나고,

서른살에 피디라는 직업을 만나고,

마흔살에 드라마 피디 전직의 기회를 만나고,

쉰 살에 책을 쓰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만나게 됩니다.

'어, 진짜 희안하게 10년에 한번씩 운이 찾아오네?' 싶은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10년에 한번씩 대운이 온다는 말은, 한번 선택을 하면, 그 선택에 대해 10년은 책임져야한다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경우, 스무살에 영어 공부를 결심하고, 통역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10년을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거든요. 서른살에 예능 피디가 된 후, 10년간 열심히 예능 연출을 했고요. 마흔살에 드라마 피디가 되어서도 최선을 다했지요. (물론 그중 7년은 본의 아니게 놀아야했지만... ㅠㅠ) 쉰 살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니 이제 적어도 10년은 열심히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운과 아홉수의 상관관계도 재미있어요. 저의 경우, 대운은 위기 다음에 찾아오더라고요. 열아홉에 대학 진학 실패를 겪고, 스물 아홉에 통역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서른 아홉에 예능이 싫증난다는 걸 깨닫고, 마흔 아홉에 드라마 피디로 복귀할 가망이 없다고 느꼈어요. 즉, 새로운 선택은 위기에서 찾아오는 겁니다. 영어를 만나고, 피디나 드라마를 만난 것도 항상 진로 선택에 있어 길이 막혔을 때,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찾은 것이지요.  


선택을 자꾸자꾸 번복하면, 결심만 잦고 실천이 약해집니다. 하나를 선택했으면 적어도 10년은 해야 그게 나의 대운이 되는 게 아닐까요?


다르고 살고 싶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 소개를 보면 박장금 선생님은 '별생각없이 학교에 가고 직장을 다니다 어느 날 엉망진창이 된 몸과 싸움닭으로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렇게 살다 죽는 건가? 싶어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고, '다르게 살고 싶어서' 사회생활 10년 차에 삶의 전환을 이루기 위해 공부공동체로 들어갑니다. 


다르게 살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할 것은,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명리학 공부도 좋겠지요. 나이 60에 남산강학원에 가서 학인들과 함께 공부로 새로운 삶의 길을 찾는 것이 제 은퇴후 꿈입니다. 퇴직하고 다른 삶을 꿈꾼다면, 공부가 우선이니까요. 60에 찾아올 대운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길에서 10년간 꾸준하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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