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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호기심의 선수들

by 김민식pd 2018. 3. 14.

<어쩌다 어른>이라는 책이 있어요. 동명의 TV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 전에 나온 베스트셀러인데요. 여기자님의 덕질 일기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본 만화나 소설 등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어쩌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같은 마음으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죠. 이 책을 쓴 이영희 기자님이 새 책을 내셨는데요. 나름 덕질로 평생을 살아온 제가 감히 추천사를 썼어요.


'자고로 사람을 웃기는 데 자학개그만한 게 없다. 강자에 대한 풍자도, 약자에 대한 조롱도, 함부로 웃기려다 위험해지는데, 자학개그는 소재가 '나'인 만큼 안전하다. 내가 나를 놀리는데, 누가 뭐라 그래! 코미디 피디인 나는 부족한 외모를 타고난 덕분에 자학개그로 쉽게 먹고 산다. 그런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여자가 스스로의 찌질함과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자학개그라니, 이것은 자학개그의 신세계가 아닌가! 웃음이 터지다 어느 순간 숙연해진다.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웃는 와중에 한 수 배운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부족함이 있다. 그 숨기고 싶은 못남을 깨끗이 인정하고 내가 나를 힘껏 좋아한다면, 조금은 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이런 즐거운 가르침이 어디 또 있으랴!'


책 뒤표지에 나란히 실린 윤태호 작가의 추천사도 반갑네요. 한때는 가끔 만나 수다를 떠는 사이였는데, 서로 너무 바빠져서 한동안 뵙지 못했는데, 이렇게 같은 책의 뒤표지에서 추천사로 뭉치니 반갑습니다.




'기자가 쓴 자기고백서는 언제나 흥미롭다. 자신에게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리라 본다. 그래서 기사 너머 그들의 생각이 언제나 궁금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자신은, 좋아하는 영화는, 아프게 기억에 남는 책은. 그래서 지금 살아내고 있는 세상은 어떠한지. 이영희 기자의 사생활을 살짝 훔쳐봐 조금 더 가까운 친구가 된 듯하다. 반갑다.'

-윤태호, 만화가


윤태호 작가님이나 이영희 기자님이나 공통점이 있어요. 호기심이 많아요. 몇년 전, 우리가 자주 만나던 모임은 윤태호 작가 팬클럽같은 분위기였어요. 방송사 피디와 작가들이 함께 모이는. 그런데 항상 윤작가님은 우리에게 물어보셨지요. '요즘은 뭐가 재미있나요?' 항상 아이같은 호기심을 가진 윤태호 작가를 보면서, 어쩌면 그것이 창작자로서 윤태호가 가지는 힘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영희 기자님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신문 인터뷰를 위해 만났는데, 궁금한 걸 물어보는 작가님과 인터뷰를 하는 게 마치 오랜 덕질 친구 만나 수다 떠는 기분이었어요. 궁금한게 없어지는 순간, 늙는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는 게 답이라고 믿는 순간, 답답해져요.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궁금한 게 참 많은 기자님이 계속 묻습니다. 스스로에게.


'내 인생에 기대를 멈추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건 아직 너무 많다.

이번 생을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자꾸 이번 생은 망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더 즐겁게 살 수 있을지. 나는 과연 나를 좋아할 수 있을지, 오늘도 책에서 답을 찾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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