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숫기가 별로 없습니다. 술 담배 커피를 안 하는 이유는 숫기가 없기 때문이지요. 낯선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불편합니다. 일을 할 때는, 낯선 전화도 받지 않아요. 집중이 깨지고, 활력이 떨어지거든요. 무대에 올라가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인터뷰도 하는 사람이 이렇다는게 좀 이상하지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에만 집중합니다.

책을 내고 책 소개 팟캐스트에도 종종 나갑니다. <책 이게 뭐라고> 출연분을 듣고, 요조와 장강명 작가와 저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더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맞아요. 무척 즐거운 방송이었어요. 사회성이 떨어지는 제가,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독서입니다.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쓴 책을 먼저 읽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니까, 책을 통해 사람과 친해집니다. 김보통 작가가 나온 <책 이게 뭐라고>를 듣다가 요조의 새 책이 나온 걸 알았어요. 그래서 교보문고 김보통 작가 사인회에 갔을 때 한 권 샀어요.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요조 / 난다)




저자 소개에 '뮤지션, 책방무사 운영자'라고 되어 있네요. 책방을 지키는 엘프같은 느낌이에요. 엘프는 요정이지만, 제가 말하는 요정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사우론과 맞서 싸우는 요정이요. 전투력이 뛰어난 요정의 여왕 갈라드리엘? 책방을 지키는 무사답게 책을 정말 많이 읽어요. 


'매일 한 권의 책을 '만지는' 사람들이 

매일 한 권의 책을 '기록하는' 이야기 

그러니까 책읽기에 대한 책일기'


처음엔 무심코 읽다가 페이지 상단에 날짜가 있다는 걸 보고, 응? 하며 넘겨보니 날짜가 빠짐없이 이어지더라는! 와우, 이게 가능해? 매일 다른 책을 소개하는 글로 일기를 쓴다는 게? (그 비결 중 하나는 그림책과 시집의 소개가 많다는 거...^^) 그래도 정말 대단하네요. 정말 부러웠던 건... 재미없는 책은 재미없다고 과감하게 말해버리는 직설화법! 저는 이게 잘 안 되어요. 그래서 저는 재미없는 책은 아예 리뷰를 안 쓰지요. ^^ (역시 숫기가 없는 탓인가...)


이분, 워낙 책에 대한 평가가 칼 같아서, 책을 읽다 어느 순간 쫄리더군요. 책일기를 쓴 기간이 제가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내고 팟캐스트에 출연한 기간이랑 겹치더라고요.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소개한 책이 계속 나오길래... 음... 혹시... 내 책에 대한 평가가... 하면서 겁먹었는데... 222쪽에 제 책 리뷰가 나오더군요. 두근두근...


'안 그래도 곧 미국으로 유학 떠나는 팟캐스트 동료 진행자인 김관 기자에게 영어공부 어떻게 했냐고 진지하게 물어봤었는데 며칠 뒤 이 책이 팟캐스트에서 곧 다루게 될 책이 되었다.

굿 타이밍.

방송국 PD의 영어공부 책이라 좀 믿음직스럽지 않았었는데 다 읽고 완전히 사로잡혀버렸다. 

일단 기초회화 영어책 한 권을 외우면 기본기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게 이 책의 기본 메시지이다. 그리고 조기 유학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도 주요하게 설명해놓았는데 아주 동감했다.'


리뷰를 읽고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 책을 읽고 요조가 더 좋아졌어요. 저와 공통점이 많더라고요. 일단 책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고,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1년간 세계 일주를 한다는 것. 저 역시 그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거든요. 언젠가 회사에서 안식년을 얻어 1년간 세계 일주를 하는 게 꿈입니다. 그 경비 마련을 위해 열심히 책을 쓰고 있어요. ^^


우리집 마님과 요조의 공통점도 있어요. 두 분 다, 집에서 '또라이'를 키우시더라고요. (영화 '공범자들'을 보신 분들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실 거예요. ^^) 요조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 '또'와 '라이'였는데요, 덕분에 팟캐스트 녹음하다 빵 터졌지요. 

제가 나온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꼭 한번 들어보세요. 정말 유쾌하게 떠들다 왔어요.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읽고, 진행자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거든요. 아,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책 소개 팟캐스트도 하고, 시집을 많이 읽으니까 시 낭송을 방송에서 하는구나... 

http://www.podbbang.com/ch/11897


사람을 알게 되면,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더 알고 싶어져요. 그래서 저는 사람을 만나기 전, 그 사람이 쓴 책을 읽습니다.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그 사람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책이니까요.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책에 대한 리뷰를 이렇게 고시랑고시랑 편안한 수다처럼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전형같은 책이어요. 매일 한 권씩 책 일기를 어떻게 쓸까, 궁금하시다면 펼쳐보아요. 책이 다시 보이고, 요조가 다시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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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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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ivaZzeany 2018.03.02 0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쁜 아침입니다!! 개학날이거든요!!

    그 와중에, PD님 글로 힘을 얻고 갑니다.

    콰이어트 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 같은 사람이 많음에 기뻐했었는데..
    아마 PD님도 읽으셨을 것 같네요.
    (어려워서 끝까지 읽느라 고생 좀 했네요. ^^)

    오늘도, 재미있는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2. 섭섭이짱 2018.03.02 07: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어~~~ 이 책 책방에서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거의 다 읽었었는데 ㅋㅋㅋ 내용이 좋아하는 책 내용이라 술술 넘어가더군요. 요조가 책방 주인에 책을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게 뭐라고' 팟캐스트 듣다보니 알게 되었어요. 저도 "또 라 이" 키운다는 내용 들으면서 숨 넘어가는줄 알았어요. ㅎㅎㅎㅎ

    요조가 쓴 책이 '읽어본다' 시리즈중 하나인데, 나머지 책들도 재미있더라고요.

    p.s) 근데 댓글에 "또 라 이" 를 제대로 쓰면 "♩♩♪♪" 로 나오네요.. 왜 이렇게 되죠? 설마 티스토리가 이 단어를 비속어로 보고 차단.. ^^;;;

  3. 정지영 2018.03.02 08: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피디님을 책을 통해 알게되었어요.
    책이 좋아서 책에서 하라는 대로 해보고
    책한권을 외우고 저자 특강도 달려가고
    그랬던것 같네요. 책이 좋으면 작가도 왠지
    좋아지고, 또 닮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영어도, 글쓰기도 투트랙 전략으로
    욕심내봅니다.^^

  4. 식이 2018.03.02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책읽아웃을 통해 좀 더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요조님 팬이기도하고
    존경하는 맘으로 PD님의 작품을
    읽어가겠습니다
    책과 방송 기대하겠습니다~^^

  5. cyanluna 2018.03.02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엔 참 대단한 사람들 많은것 같아요 끈기 있는 사람들도 많고. 끈기를 오로지 스스로의 습관으로 승화시켜 그안에서 재미를 찾아 자신을 가두기도 하구요.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 시킨다고 생각합니다 ^^

  6. 그림 그리는 작가 2018.03.02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아침 PD님 글로 시작하는데 항상 용기가 생겨요
    저도 글을 쓰고 싶어서 매일 일기를 쓰는데요

    이제 블로그 시작해보려고요 항상 고민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거든요

  7. W.I.C 2018.03.02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의 책 리뷰는 읽을 때 마다 재미있고 기대가 됩니다.ㅎㅎ 저도 많이 노력해서 재미있는 리뷰로 저와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에게 도움되는 포스트를 남기고 싶습니다. ㅎㅎ

  8. 참꽃마리 2018.03.02 1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님 팟캐스트를 듣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열정이 느껴집니다.
    미적거리는 글쓰기에 대한 욕망, 겨우 주 1회 영어책꺼내보던 내 게으른 욕망에 불을지릅니다.

    김민식님 말이 엄청 빠르세요.
    분당 전송량이 다른 사람 2배속이더라구요.
    지대넓얕의 이독실님도 말 빠른걸로 안지는데 김민식님 승!

  9. freezone 2018.03.02 2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창비 지혜의 시대, 강의 잘 들었습니다.
    삶의 에너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 질문 받으시며 웃고 계시는 중~

  10. 철학 2018.03.02 21: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책 한 권이 얼마나 감사한지요~ㅎㅎ..
    저도 팟캐스트 들어야겠어요.
    피디님 덕분에 블로그 개설해서 조금씩 해나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11. theory of relativity 2018.03.03 2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써봤니? 보고 한번 들렸습니다 ^^ 책에서 소개해주신것처럼 하나하나 답변을 달아주시지 않겠지만 챙겨서 읽는다고 해서 남겨봅니다. 김민식PD님 덕분에 요즘 다시 열심히 책 읽고 글을 써볼려고 노력합니다. 이전 책도 재미나게 읽었고 이번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도 재미나게 쓰셔서 잘보고 갑니다 ^^

  12. 2018.03.05 17: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3. 뜨라맘 2018.03.06 0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사람은 아는만큼 보이고 , 보고싶은 만큼 보나봐요.
    pd님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보고 넘 좋아서 스토커 처럼 매일 들어오는데
    댓글은 어떻게 쓰나? 댓글은 어디있나? 궁금해 하면서 ...그렇게 몇달 시간만 지났네요.
    그런데 휘리릭 드디어 댓글입력창 발견 ^^ 좋기도 하고 , 제 무지가 한탄스럽기도 합니다.
    항상 좋은 에너지를 아침마다 만들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저번에 저자강의때 싸인받으면서도 얘기드리고 싶었으나. 나름 소시민이라서
    이렇게 지면으로 용기내어 말씀 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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