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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선행교육은 인생의 스포일러다

by 김민식pd 2018. 2. 2.

강연을 즐겨합니다. 강연을 빙자한 스탠드업 코미디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언 '사인펠드'나 '루이'처럼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개그 감각이 그리 뛰어나지 못해 꿈은 접었습니다. 다만 강연 요청이 오면, 항상 궁리를 합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웃겨볼까?' 노동조합 간부 교육이든, 영어 교사 연수든, 일단 가서 웃기고 봅니다. 그런 제가, 강연을 갔다가 멘붕을 맛 본 적이 있어요. 수능 끝난 고3을 위한 진로 강연인데 절반이 강의 중 주무시더군요. 대학 인문학 특강에 갔다가도 비슷한 수모를 겪은 적이 있어요. 강의 시간 2시간 내내, 남녀 학생 둘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그것도 앞자리에 앉아서. '저럴 거면 나가서 커피숍에서 떠들지, 왜 강의실에 앉아서 저러나?' 싶었어요. 나름 강연을 잘 한다는 자존감에 심한 기스를 남긴 일인데요. 요즘은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자는 게 흔한 일이랍니다. 밤늦게 학원 수업을 듣고, 새벽까지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하다 지친 아이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 자고요. 대학 강의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강의는 열심히 듣고, 저처럼 외부 강사가 와서 하는 특강은 그냥 와서 출석 점수만 챙긴데요. 어차피 기말고사에 안 나오는 내용이니, 강의를 듣느니 옆사람이랑 수다를 떠는 게 낫지요. 가르치는 사람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구나... 어쩌면 이것은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받으며, 공부란 내가 돈 주고 구매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퍼진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영어 조기 교육 폐지론이 아니에요. 사교육을 시키고 싶고, 또 시킬 여유가 있으면 시켜도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의 선택은 자유니까요. 다만, 저는 영어는 무조건 어려서 배워야 한다는 주장에 반박하고 싶었고요. 무엇보다, 비싼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서, 조기 유학을 보내지 않아서, 내가 우리 아이의 미래를 막고 있나, 하는 부모의 죄책감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언어는 어른이 되어 혼자 공부해도 충분히 잘 할 수 있고요. 어려서는 독서와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모국어 사용 능력을 키우는 게 우선입니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사교육 없는 세상'을 꿈꾸지는 않아요. 다만, 사교육에 대한 걱정 탓에 아이와 부모 둘 다 불행해지는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과 한 인터뷰를 공유합니다. 

    

[꿈이 있는 공부] 사교육과 선행교육은 인생의 스포일러! - MBC 김민식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oworry21&logNo=221197954799&proxyRef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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