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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블로그로 분신술

by 김민식pd 2018. 1. 22.

바쁜 현대인들에게 블로그를 권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바쁠 수록 블로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일본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가 츠타야 서점을 만든 CCC그룹의 마스다 무네아키 사장입니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사람인데요, 그는 2007년 2월에 CCC 그룹 사원을 대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회사의 비전과 가치관을 직접 공유하고 싶어서지요. 10년 동안 1500건 가까운 포스팅을 올리고요, 그 중에서 엄선한 글을 책으로 묶은 것이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마스다 무네아키 / 장은주 / 위즈덤하우스)입니다. 일본 원제는 <마스다의 블로그>에요. 

마스다는 1982년 음반 대여점을 내는 걸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문화편의점>(Culture Convenience Club: 약칭 CCC)이라는 상호를 내걸고 츠타야 서점을 시작하지요. 일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콘텐츠 그룹을 키우면서 언젠가부터 마스다는 고민을 합니다. 조직이 너무 커진 게 아닐까. 친구와 둘이서 시작한 사업이 어느 순간 그룹이 되었어요. 아마 10년 전 블로그를 시작한 게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블로그란 그러니까 나란 사람의 분신을 인터넷에 만든 겁니다. 블로그에 올려둔 글이 나를 대신해서 나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요. CCC 그룹 사원을 하나하나 만나서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가치를 나누면 좋겠지만, 현장을 다 다니고 전국에 있는 지점을 다 찾을 수는 없지요. 그는 블로그를 통해 사원들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이를테면, 마스다는 블로그에 직원들에게 권하는 추천도서도 올립니다.


부하 직원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데일 카네기가 쓴 명저. <카네기 처세술>


길에 누운 소가 통행에 방해가 되면

어떤 사람은 과감하게 밧줄을 잡아당긴다.

하지만 아무리 잡아당겨도 소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광경을 본 어떤 사람은 

소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코앞에 내밀어 

소를 물러나게 했다.


즉 사람을 움직이려면

이 같은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중략)


사람은 명령이 아니라

꿈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임을 알고

꿈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는 생각에 

일부러 부탁했던 글귀다.


리더는 

사람을 통합하고 움직이는 힘을

갖춰야 하지만,

기술력도 물론이거니와

그 집단이 가져야 할 꿈을 그리는 힘이 더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기획회사'

그것이 CCC를 시작한 이래의 꿈이다.


2014년 9월.




자신의 경영철학을 블로그를 통해 사원들과 공유하는 사람. 이런 사장을 만난다면, 신나게 꿈을 그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피디가 사람을 모으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작가와, 배우와, 스태프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시청자를 모으는 사람. 작가나 배우나 시청자 중에서는 저에 대해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하거나 제가 쓴 블로그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요. 제가 쓴 책을 읽기도 하고요. 내가 책을 읽거나 잠이 들었을 때도, 제가 쓴 글은 누군가를 만나 저 대신 이야기를 건네고 있을 겁니다. 

우리 시대, 분신술의 대가는 바로 스타들이에요. 그들이 만든 음악이나 드라마나 영화가 디지털 복제를 통해 무수한 분신을 만들고 우리는 그 분신들이 들려주는 노래나 보여주는 연기에 매료됩니다. 

블로그도 분신술의 도구입니다. 

바빠서 블로그를 못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바쁠수록 블로그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쉴 때도 나의 글은 누군가를 만나 설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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