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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이직은 왜 두려운가?

by 김민식pd 2017. 12. 22.

예전에 소개한 <인생학교 : 일>에서 읽은 글귀를 소개합니다.

2017/12/13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가슴 뛰는 일'을 찾아서


<인생학교 ; >은 행복한 일을 찾고 싶어 하는 이직 희망자를 위한 책입니다. 지금 하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데, 왜 여전히 이직을 두려워할까요? 대학에서 법학을 열심히 공부해서, 막상 변호사가 되고 보니, 그 일이 적성에 안 맞아요. 그럼 그 일을 그만두나요? 못합니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힘들어요경제학자들이 말하는 매몰비용의 함정입니다.

 

매몰비용이란 투자나 지출을 했을 때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하는데, 예를 들어 비싸게 산 신발이 엄청 불편한데도 들인 돈이 아까워 내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변호사라는 직업에서 아무런 성취감을 느낄 수 없지만, 거기에 들인 10년이라는 시간이 아까워서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인생에서 10년 세월은 그냥 접어버리기에는 너무 큰 비용이므로.

지금까지 애써 일궈놓은 업적이 시간낭비가 된다는 생각은, 우리가 직업을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커다란 심리적 장벽이다.

(<인생학교 : > 63)

 

지난 10년의 세월이 아까워서 남은 인생 50년도 불행한 상태로 살아가야 하나요? 고민이 필요합니다. 지금 상황이 힘든 것은 일시적인 현상인가, 아니면 지속적인 현상인가. 일시적 현상이라면 버티면 좋아지고요. 지속적 현상이라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봐야 합니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는 건 물론 쉽지 않습니다. 다들 주위에서 겁을 주거든요. “직장에서 나가면 너는 굶어죽는다.” 1994,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첫 직장에 사표를 던졌을 때, 모든 가족과 동료와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에요. 그 순간이 제 인생의 행복이 시작된 시점인데 말이지요.

 

첫 직장에 사표를 내고, 20년 넘게 살면서 느낀 점은 굶어죽기 쉽지 않다는 거예요. 직업을 바꾸거나 노조 집행부를 하며 싸움에 나설 때나, 사람들은 저를 걱정해줍니다. 그러다 망하면 어쩌려고?’ 왜 용기를 내는 것보다 겁이 먼저 날까요? 우리는 상황을 판단할 때, 긍정적 이익보다 부정적 손실을 더 크게 평가하는데. 이건 진화를 통해 내재된 심리 탓입니다.

 

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1970년대에 인간이 잠재적 손실과 이익을 평가하는 방식에 대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인간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2배 더 싫어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박에서든 직업 진로를 바꿀 때든 똑같았다. 트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긍정적인 자극보다 부정적인 자극에 훨씬 더 민감하다. (...)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들은 한정돼 있지만, 나쁘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인간이 부정적인 선입견에 치우치는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이렇게 추정한다. 험난한 아프리카 초원 지대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초기 인류는 위험을 민감하게 감지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위험에 대한 민감성은 중요한 생존 도구가 되어, 시간이 갈수록 그것을 더 집중적으로 발달시켰다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 현대인이 겪는 불안은 조상들이 경험한 태곳적 공포의 산물인 셈이다.

(같은 책 135)


우리의 마음은 '오래된 연장통'이에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행동을 본능이라는 도구로 만들어 왔어요. 문제는 수십만 년 전 사바나 초원에서 수렵채취로 살아가며 겨우겨우 굶어죽는 걸 면하고 버틴 원시인의 마음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는 거지요.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단 것을 보면 입맛이 동하고,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에도 여전히 맛난 고기에 구미가 당깁니다. 굶어죽기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는데도 굶어죽을 수 있다는 우리 속의 공포는 여전해요. 문명의 발달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거지요

인생을 즐겁게 살려면,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더 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용기인지도 모릅니다. 내 안의 원시인이 내는 소리, ‘그러다 굶어죽는다!’는 외침에 코웃음 치고, “아니, 90까지 사는 세상에, 재미도 없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라는 말이야?”하고 길을 찾아 나서야 해요. 즐거운 일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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