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MBC 파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MBC 방송대학'이라는 행사를 했어요. MBC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이 언론인 지망생들을 만나 자신의 방송사 입사 수기를 들려주는 시간이었어요.

(아래는 당시 관련 기사.)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731452

예능의 김태호 피디, 드라마 박홍균 피디등 MBC 간판들이 총출동했는데, 당시 보도국에서는 뉴스 앵커로 일하던 김수진 기자가 나왔어요. 파업이 끝난 후, 김수진 기자가 파업 프로그램에 나갔다는 이유로 부당전보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미안했어요. 프로그램 기획 및 연출자로서...

그런데 그 김수진 기자가 부당 전보 된 곳이 하필 드라마 마케팅 부서였어요. 뉴스 앵커로 일하던 기자를, 드라마 홍보팀으로 발령을 내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리고, 제작발표회 행사 진행 업무를 시킨 거죠.

드라마 사무실에 앉아있는 김기자의 모습, 너무 민망하더군요. 낯선 사무실에 앉아있는 거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무 일도 시키지 않아 보도국에 앉아서 벽보고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낫다고 했어요. 보도국 간부들과 얼굴 마주칠 일이 없어 마음은 편하다고.


김수진 기자에게 물어봤어요. 지난 몇 년, 힘든 시간이 이어지고 있는데, (당시로서는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는...) 하루하루를 견디는 비결이 뭐냐고. 김기자는 마라톤 풀코스를 뛴다고 했어요. 머리가 복잡할 때는 달리는 게 최고라며, 취미삼아 시작한 마라톤에 빠져서 이제는 세계 4대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연습중이라고. 휴가를 내고 시카고와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나가 풀코스를 뛰고 그랬어요. 

아침이나 저녁에는 한강변을 따라 10킬로씩 달린다는 이야기에 입이 쩍 벌어졌어요. 겨울이나 여름이나 한결같이 뛴다는 얘기에 물어봤어요.

"매일 10킬로씩 뛰면, 언제가 제일 힘들어요?"

"마라톤을 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은 운동화 끈 맬 때입니다."

엥? 저는 5킬로 구간이나, 10킬로 끝나기 직전, 이럴 때가 힘든 줄 알았거든요? 아니래요. 아침에 일어나 현관에 나가 운동화 끈을 묶는 순간이 가장 힘들답니다. 일단 신발 신면 나가서 뛰는 건 문제가 아니래요. 다만 일어나서 현관까지 가서 신을 신기 까지가 가장 어렵답니다.

 

아, 확 와닿더군요.

공부도 그렇거든요. 자리에 앉아 책을 펴기까지가 힘이 들어요. 침대에서 밍기적거리고, 쇼파에서 티비 채널을 돌리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지요. 일단 책을 펴면 그다음에 공부는 절로 되거든요. 어떤 일이든, 시작이 가장 어렵습니다.

 

김수진 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마라톤 풀코스 완주 인증샷을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아마추어 러너 가운데 기록도 출중한 편이에요. 내가 아는 이 중, 가장 멋있는 사람 중 하나가 김수진 기자인데요. 그가, 내일 저녁 12월 30일 8시, MBC 뉴스데스크, 주말 단독 앵커로 복귀합니다.


그녀가 운동화의 끈을 질끈 묶는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김수진 기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모질고 힘든 시간, 잘 견뎌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보도국에서 예고 촬영 섭외가 왔어요.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손사래를 쳤어요. 내가 뭐라고 뉴스 예고에 출연하나 하고, 그러다 김수진 기자가 앵커라는 얘기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뭐라도 해야지', 하고요.

부끄럽지만, 예고를 공유합니다.

제가 한 멘트는, 제가 한 애드리브입니다. 

어떤 대사를 했는지는 직접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http://imnews.imbc.com/replay/2017/nwdesk/article/4482831_21408.html?menuid=nwdesk



6년간 보도국에서 쫓겨났던 기자가, 메인 뉴스 앵커로 복귀하는 장면,

2017년이라는 한 해 동안 일어난 기적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2017년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같은 나날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7년 한 해, 수고많으셨습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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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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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kbluesky 2017.12.29 07: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엠비씨 정상화 되는 과정보는게 참 흐뭇합니다. 인사나 개편 속도도 시원시원해서 최승호 사장님하에 달라질 엠비씨가 무척 기대되고, 온라인상의 홍보도 강화시키는게 느껴져서 뉴스타파에 계시면서 달라지는 언론환경을 잘 체득하셨구나 라고 생각이 들구요. 암튼 바로 서는 언론이 많아지길 비랍니다. 올 한해 김민식 피디님도 참 많이 애쓰셨어요. 버텨주셔서 감사하고 내년에도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 김민식pd 2018.01.02 0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풍경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일줄 몰랐어요. 2018년이 더욱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2. 섭섭이 2017.12.29 0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애드리브까지... ㅋㅋㅋ 이제 PD님은 연기자나 출연자로 더 친숙하네요.
    엠빅뉴스의 SNS 버전 예고편도 재미있던데. ^^
    https://www.facebook.com/mbicnews/videos/1648109555249330/

    2017년은 정말 다사다난해 였던거 같아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PD님 블로그를 알게된게 아이러니하게 드라마국에서 쫓겨난 후 올리신 글들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바뀐 MBC 뉴스를 볼게 될날이 올줄이야.. ^^
    초여름 PD님의 "김장겸은 물러나라" 외침은 정말 신발끈과 같은 존재였어요.
    언론에 대해 잘 몰라던 저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언론을 망가뜨린 공범자들.., 그리고, 내부에서 고통받던 분들 얘기 들으며 화도 나고 마음도 아팠습니다.
    이제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와서 방송하시는 모습들을 보니 좋네요. ^^

    PD님.. 그 동안 많이 힘드셨을텐데 잘 버텨주시고, 끝까지 싸워주셔서 고맙습니다.
    올 한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 출간할 새책도 베스트셀러 되실거고, 연출하실 드라마도 대박 나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몸 아프시지 말고... 건강하세요.

    올 한해 블로그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

    2018년 황금개띠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민식 주식회사 파이팅!!!

    • 김민식pd 2018.01.02 0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2017년, 한 해 동안 섭섭이님의 꾸준한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액션보다 중요한 건 리액션이라 생각합니다. 액션은 내가 마음을 내어 하는 건데, 리액션은 타인의 행동에 대한 공감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소중하고도 귀한 인연, 섭섭이님의 행복한 한 해를 소망합니다. 2018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3. 정지영 2017.12.29 12: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의 예고 영상도 봤으니
    간만에 내일 뉴스를 함 봐야겠네요.^^
    올해 1월에 만난 책으로 한 해 알차게
    보낸것 같아요. 소기의 목적(1권 누적 암송)도
    달성하고, 독서도 꾸준히 했구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영어책 한권 외우는 사람이 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해준 정모였던것 같아요.
    책 써주신거, 정모에 귀한 시간 내주신거
    다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활기차게 활동하시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4. 보리보리 2017.12.29 13: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사회에서 우시는 영상 보고
    저도 울었네요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는 것은
    동조하는 것이다"
    저는 20년을 그렇게 살아왔네요ㅠ

  5. pkj1220 2017.12.29 19: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요일부터 뉴스데스크 보고 있어요
    5년만에 고정하면서 보는데 제가 왜
    흐뭇하죠? ㅋㅋ
    초심 잃지 마시고 만나면 좋은친구
    진면목을 보여주세요~~~~^^

  6. 아리아리 2017.12.29 22: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올해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를 통해 피디님을 만나고 블로그를 통해 mbc 사태를 제대로 알게되어 언론의 공정성에 대해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피디님 덕분에 영어 공부와 함께 독서와 글쓰기를 다시 비중있게 시작하게 되어 노후의 삶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생겼습니다.
    김pd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올해의 나의 인물에 김pd님이 선정되었답니다. ^^

  7. 저녁노을함께 2017.12.30 16: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의 외침으로 시작된 mbc 파업과 kbs의 파업. 우리 방송계 정상화에 정말 큰 일을 하셨어요. 국민의 한사람으로 정말 무한 감사드려요.
    내년에는 많이 바빠지시겠죠? 미리 축하드립니다. 바빠지셔도 건강 잘 챙기셔서 오래 오래 좋은 글 써주세요~~ 해피뉴이얼~~

    • 김민식pd 2018.01.02 0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 세월, 블로그에서 함께하는 고마운 인연.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든 시간 잘 버틸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블로그에서 자주 뵐게요!

  8. Jason 2018.01.30 11: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에 운동화 끈 매는게 제일 힘들다...--> 확 와닸습니다.
    저도 18년에 독서 1권/2일, 180권 도전과 매일 아침 108배 인데요.. 일어나지지가 않아서 그렇지 일어나기만 하면 108배하고 출근을 하거든요..
    김PD는 화이팅과 책을 보고 블로그 둘러봅니다. 자주 들르고, 곧 저도 블로그 하려고 하는데, 그럼 많이 퍼다 나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9. 이혜영 2018.02.11 2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상 이란?
    산따위의 맨 꼭대기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있는 그대로의 사정과 형편
    정상의 상태
    누군가는 정상을 꼭대기에서 조정을 하는 사람
    누군가는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의 사정과 형편
    당신은 특별한 변도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원하는 분 이신것 같습니다 .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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