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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어디까지 살아봤니?

by 김민식pd 2017. 11. 24.

2017년, 버라이어티한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얼마 전 파업에서 복귀한 라디오 PD 선배님이 연락을 주셨어요. MBC 라디오 '잠 못드는 이유, 강다솜입니다'에 고정출연을 부탁한다고. 지난 5년, 블로그 독자 여러분들의 고민을 들어왔는데요. 앞으로는 라디오 청취자들의 사연을 듣고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http://www.imbc.com/broad/radio/fm/sleeplessnight/life/index.html

위 링크로 가시면, 사연을 올리거나 방송 다시듣기를 할 수 있어요. 11월 21일(화)부터 출연합니다. (방송 시작하고 2,30분 지나서 나옵니다. 오늘은 첫번째 고민 상담을 글로 소개합니다. 방송 내용을 글로 정리해 주신 섭섭이님께, 감사드립니다. 




강다솜 디제이 (이하, 솜디):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우는 사이 이런 사연들이 많이 도착했더라고요. "솜디! 저 아무에게도 말못할 고민이 있어요. 예전에는 솜디한테 얘기하면서 위로받곤 했는데.. 지금은 어디 말할 곳이 없네요." 그래서 준비한 코너입니다. 입속의 먼지 쌓인 수다들을 탈탈 털어내면서, 마음 속 먼지 쌓인 고민들까지 탈탈 털어내는 시간. <인생 어디까지 살아봤니?>

(솜디): <인생 어디까지 살아봤니?> 함께 해주실 분 소개해야죠. 개그 프로그램에서 안영미씨가 늘 외쳐대던 어, 민식이냐?’ 그 민식이보다는 웃기지 않지만, 영화배우 최민식씨보다는 연기를 잘하지 않지만, 인생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분입니다. MBC 열정요정 김민식PD,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민식PD):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솜디): , 김민식PD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거든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민식PD): MBC에서 로맨틱 코미디 연출하는 PD입니다. 드라마 연출을 하다 라디오에 출연까지 하게 되니까, 인생, 정말 어디까지 살아봤니?입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솜디): 베스트셀러 저자시기도 하잖아요. 김민식PD의 저서 <영어 책 한권 외워봤니?> 요기에서 영감을 얻어가지고 저희가 코너 제목을 <인생 어디까지 살아봤니?> 라고 지어봤거든요. 마음에 드세요?

(김민식PD): 아주 좋습니다.

(솜디): 책도 내시고 방송이다 강연이다 정말 바쁘세요. 본인의 인기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김민식PD): 예전에 짐캐리가 나왔던 <예스맨>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그 영화에서 수퍼 히어로가 되는 비결은 아주 간단해요. 누군가 뭔가 말했을 때 ‘YES’, 무조건 하고 일단 긍정하고 보는 거죠. 어떤 기회가 왔을 때 빼지않고 일단 해봅니다. 이번 기회도 어떻게 보면 정말 부끄럽고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드라마 PD가 무슨 인생 상담을 해요. 야매상담가도 아니고. 부끄럽지만,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이 인생을 즐겁게 사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솜디): 일단은 도전해본다.

(김민식PD): .

(솜디): 좋은데요. 매일 이 시간에 앞으로 저희와 함께 <인생 어디까지 살아봤니?> 라는 코너를 통해서 김민식 PD님이 여러분의 고민사연에 짧은 코멘트를 달아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 사연, 바로 만나볼까요.

 

Q:

인도여행 59일차 접어든 스물여덟 청년입니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네요. 사실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비싼 돈 들여가며 먼 곳으로 떠나기보다 집에서, 또 생활반경 내에서 쉬는 쪽이 훨씬 좋았거든요. 하지만 남들 다한다는 여행, 졸업 전에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서 졸업유예를 신청하고 인도로 떠나왔습니다. 인도가 배낭여행의 종착지라기에 아무 생각 없이 비행기 표를 끊은 거죠. 이국적인 풍경, 미소로 답해주는 낯선 사람들,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향토적인 음식, 여행하는 동안 정말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뜻깊었던 경험은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오로지 나만 생각하고, 내가 느끼는 것에 몰두했던 모든 순간들, 그래서 깨달았죠. !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하는구나. 하구요. 그렇게 두 달을 보낸 후 저는 여행의 맛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탓에 여행을 조금 더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적어도 몇 년은 말이죠. 직장인이 되면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몇 달씩 시간을 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 나이 스물여덟. 남들은 이미 취직을 했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나이.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에 여행만하다 나중에 이뤄 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제 발목을 자꾸만 잡네요. 이 두려움을 떨쳐낼 방법. 혹시 알고 계신가요?

 

(솜디): 취업보다 아직은 여행을 더 하고 싶은 스물여덟 살 OO님의 고민사연 만나 봤습니다. 이십대에는 이런 고민들 해보지 않나 싶어요. 어떻게 들으셨어요.

 

(김민식PD):: 이분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여행하고 궁합이 잘 맞아요. 평소에 여행을 안 즐겼는데, 처음 간 여행에서 이렇게 너무 좋았다고 얘기 하시는 것도 놀랍고. 이분이 인도가 배낭여행의 종착지라고 얘기를 했잖아요. 왜 인도가 배낭여행의 종점 이라고 불릴까요?

 

(솜디): 이유가 뭐에요. 저도 사실 궁금했어요.

 

(김민식PD): 뭐나면 인도에 사람들이 갔다 오면,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려요.

 

(솜디): 맞아요.

 

(김민식PD): 인도를 가서, 너무너무 별로라서 난 여행하고 정말 안 맞아. 이런 걸 왜 다니는 거야해서 다시는 여행을 안 간다고 해서 종점이라고도 하고요. 반대로 인도를 가서 너무 좋아서 다른 나라는 가볼 엄두가 안 나서 계속 인도만 간다고 해서 그러기도 해요. 처음하시는 분한테 쉽지 않은 게 인도여행인데, 그런 인도가 이렇게 좋다고 하면, 배낭여행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유럽을 가시면, 아마 한국에 돌아오기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여행하는 게 이렇게 즐겁다면 그냥 즐기면 되죠. 여행을 하다, 나중에 혹시 나이 들어서 이룬 게 없을까봐 걱정을 하시는데,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인생이란 기본적으로 즐거운 추억의 총합이거든요. 여행을 하고나서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면 그보다 더 남는 장사는 없어요. 그래서 뒷걱정하지 마시고 여행을 즐기셔도 될 것 같은데요.

 

(솜디): 사실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 떨어질 수가 없잖아요. 사연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분 말씀 들어보니까 여행비용을 인테리어 회사에서 인턴을 하면서 모으셨대요. 그래서 앞으로도 여행비용을 아르바이트에서 벌 예정이라고 합니다.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민식PD):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은데요. 돈을 적게 쓰는 건 쉽거든요. 돈을 더 벌 생각을 하지 마시고, 돈을 벌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덜 쓰고 여행하는 걸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2011년에 한 달간 인도, 네팔 배낭여행을 했었거든요. 너무 좋았어요. 특히 저는 네팔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이 참 좋았어요. 이 좋은 트래킹을 갔다 와서 또 가고 싶었어요. ‘트래킹 여행 어디가 좋을까?’ 봤더니 사람들이 다들 산티아고가 좋대요. 산티아고도 가고 싶은데 직장생활 하면서 한 달씩 비울 수는 없고, 봤더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 오신분이 한국에 와서 만든 게 제주도 올레길이래요. 제주도 올레길을 가봤어요. 좋아요. ‘! 여기도 좋잖아~~’. 제주도 올레길은 주말마다 그냥 토요일 12일로 갔다 와도 되고, 이렇게 좋은걸.. 또 열심히 제주도 올레길을 다니다보니까 한편으로 비행기표값도 만만치 않고, 숙박비도 만만치 않고 돈이 자꾸 들어요. 근데 사람들이 북한산 둘레길도 괜찮아,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북한산 둘레길을 가봤어요. 북한산 둘레길, 완전 좋아요! 요즘 저는 전철 타고 가는 서울 둘레길을 다니거든요. 숙박비도 한 푼도 안 들고. 그러니까 돈을 벌어서 반드시 멀리 여행을 가야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우리 가까이에 있는 곳을 여행으로 즐기면 어떨까. 여행잡지 <론리플래닛>에서 선정한 2018년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2위가 어느 나라인지 아세요?

(솜디): 우리나라!

 

(김민식PD): 맞아요. 대한민국입니다. 물론 평창올림픽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외국에서 여행자들도 찾아오는 도시고 나라인데, 한국에서 살면서 안 갈 이유가 없지요? 일단 일상에서 여행을 좀 더 즐겨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솜디): 그거 참 괜찮네요. 사실은. 어딜 반드시 떠나야만 여행이다, 이렇게만 생각했거든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직장생활하면서 주말에 잠깐 잠깐 여행을 갈 수도 있는 거고, 혹은 퇴근길에 내가 내 생각대로 여행을 만들 수도 있는 건데 말이죠.

 

(김민식PD): 그럼요.

 

(솜디): 꼭 어딘가로 떠나야 된다고 생각해서 이 모든 문제가 발생했던 거 같아요. 저에게는.

 

(김민식PD): 사실 제가 가끔 하는 것 중 하나가 뭐냐면, 이태원에 가요. 이태원에 가면 배낭여행자들 왜 외국인 여행자들 정말 많잖아요. 나도 그곳에 가면 약간 여행 온 거 같아요.

(솜디): , 맞아요. 조금

 

(김민식PD): 이태원에 있는 헌책방에 가면, 영어서적 중에 배낭족들이 팔고 간 <론리플래핏> 서울편이나 한국편이 있어요. 그 책을 사서 보면서 외국 배낭족들은 한국에 와서 서울에 와서 뭘 할까? 어딜 갈까? , 얘들은 처음에 인사동에 가는구나. 광장시장에 가서 군것질을 하고, 청계천을 걷고, 종묘도 가는 구나.’ 여행자의 시선으로 서울을 보면, 서울도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다닐 곳도 많고요.

(솜디): OO님이 선택을 하시면 되겠네요. ‘몇 년 더 여행을 다닐 것이냐아니면 직장생활 하면서 여행을 할 것이냐둘 다 좋을 거 같은데요.

(김민식PD): 둘다 남는 장사입니다.

 

(솜디): 그러네요. 자 오늘 첫 시간 짧게나마 함께해봤는데 어떠셨어요?

 

(김민식PD): 저는요. 제가 정말 운이 좋다고 느낍니다. 스물셋에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갔었어요. 대학 4학년 때 배낭여행을 유럽으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했던 생각이 이 좋은걸 앞으로 취업을 하면 두 번 다시 못하겠네?’ 그럼 너무 아쉽잖아요. 그래서 그때 결심을 했어요. 그때가 1992년 이었는데, ‘앞으로 나는 매년 한 번씩 여행을 다닐거야.’ 하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2017년 지금까지 매년 다니고 있거든요. 대학생 때 배낭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여행이라는 평생 가는 즐거움 하나를 놓쳤을 것 같아요. 대학생이나 20대라면 무조건 여행을 떠나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그게 남는 장사에요.

 

(솜디): 저는 아까 OO씨가 몇 년간 계속 여행을 다니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몇 년은 좀 힘들지 않을까. 지치지 않나요?

(김민식PD): 한 석 달 하시고, 돌아와서 돈 좀 더 벌고 다시 한 석 달 가시고, 왔다 갔다 해도 되요.

 

(솜디): 그게 좋을 거 같아요



위 사진을 누르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고민 글 올려주시면, 강다솜 디제이와 제가, 성심성의껏 들어드릴게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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