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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책벌레, 미디어를 만나다

by 김민식pd 2017. 9. 11.

지난 3편의 글에서 이어집니다.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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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PD로 만든 책, 노동의 종말을 쓴 제레미 리프킨은 20년이 지난 현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2012년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을 냈어요. 20세기는 규율과 근면한 노동, 권위의 하향식 흐름 등이 중요한 산업의 시대였다면, 앞으로 열리는 협업 시대에는 창의적인 놀이와 사회적 자본, 글로벌 네트워크, 개방적 공유가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합니다. 산업시대가 노예제를 끝냈듯이 협업의 시대는 대량 임금 노동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예언을 합니다. 산업혁명의 결과, 문맹률은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보편적인 교육을 통해 글을 읽을 줄 아는 노동자 대중을 양산하는 것이 산업혁명의 중요한 토대였기 때문이지요. 20세기에 글을 읽느냐 못 읽느냐가 취업의 관건이었다면, 21세기 3차 산업 혁명 이후의 세상에서는 미디어를 다루는 능력에 따라 일자리가 달라질 것입니다.

리프킨이 산업혁명을 3단계로 나눈 것처럼 제가 일하는 미디어 산업의 성장 발달 과정도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차 산업 혁명의 결과, 글을 읽는 노동자 대중이 출현하고 TV의 보급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신문과 TV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 1차 미디어 혁명입니다.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된 1990년 이래, 신문 방송이 주도하던 미디어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어났어요. 케이블, 위성, IP TV 서비스 등 TV 채널이 다변화되고,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매체의 출현으로 뉴스 산업이 다각화 된 것을 2차 미디어 혁명이라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3차 미디어 혁명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의 성장과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한 개인 미디어의 약진으로 대변될 것입니다.

1,2차 산업의 경우, 생산 효율이 높아질수록 노동력이 다수에서 소수로 집약되는데 비해, 미디어 산업은 기술이 발달할수록 소수 엘리트 중심 산업에서 다수 대중으로 권력이 분산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감히 매스미디어의 종말을 점칠 수는 없지만, 소셜미디어에서 비롯된 거대한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미디어 = 네트워크 + 콘텐츠입니다. 과거에는 네트워크를 가진 소수의 방송사나 신문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선점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과 정보 기술의 발달로 개인에게 개방형 무료 네트워크가 주어지면서 이제 누구나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어 퍼뜨릴 수 있게 되었죠. 개인 미디어(personal media)의 시대는 달리 말하면 개인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 즉 내가 미디어가 되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미디어 산업의 관건은 네트워크가 아니라 콘텐츠입니다. 

앞으로 미디어를 가지고 노는 창작자의 시대가 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는 노동의 기회가 사라진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노동 대신 유희를 즐기는 유토피아고요. 기계화된 노동에서 벗어나 심오한 놀이에 참여하고, 단순 반복적인 작업보다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대. 인간이 거대 시스템의 부품 취급 받는 대량 임금 노동보다는 창의적인 놀이를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기회, 노는 게 곧 직업이 되는 시대가 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놀고, 그 놀이를 직업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소셜미디어를 삶의 도구로 활용하면 어떨까요? 미디어를 가지고 놀고 그 놀이를 통해 일을 찾아가는 시대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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