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저는 문유석 님의 책에 빠졌어요.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이건 내 이야기잖아!' 맞장구를 쳤고, '판사유감'을 읽고, '아, 이 분 탁월한 이야기꾼이구나' 싶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깊이 빠져버립니다. 그래서 작년 이맘때 글을 쓸 때마다 문유석 님의 책과 글을 계속 인용했어요. 

2016/08/16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개인주의자 선언

2016/08/19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너무 열심히 살지는 말자

2016/08/24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9호선 퇴근길의 비애

2016/08/26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계속해보겠습니다

2016/09/13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왕따도 즐거운 세상

 

섭섭이님이 댓글로 문유석 판사님의 페이스북 주소를 알려주셨어요. 페북을 통해 작가님의 일상을 팔로우했지요. 평소에 올리시는 글에서도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지난 2월에 탄자니아 여행을 갔는데요. 여행 중 읽을 책이 없을 땐 페이스북을 들여다봤어요. 2월 14일에 문유석 판사님이 페북에 올린 글이 있는데요. 

 

https://www.facebook.com/moonyousuk/posts/700361073476564?pnref=story

인터뷰 중 이런 대목이 있어요.

Q : 중년 남성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 쉽고 재미있는(게다가 짧기까지!) 책으로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 좋겠네요. 행복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책인데,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예전에 후배의 추천으로 읽었던 책이었지만, 내가 애정하는 작가가 또 추천을 하니 다시 한번 봐야겠다 싶어서, 탄자니아 여행 중 전자책으로 '행복의 기원'을 다시 읽었습니다. 그때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구범준 피디님이 페이스북 메시지로 출연 요청을 해오셨어요.

 

제가 '세바시'의 오랜 팬이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왔다니, 이게 꿈이야 생시야! 싶었지요. 탄자니아 여행 하는 내내, 15분짜리 이야기를 뭘 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요. 당시 읽던  '행복의 기원'의 메시지와 나의 삶 이야기를 버무려보자 싶었어요. 책의 메시지 중 하나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였거든요.

 

 

세바시에서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영상은 조회수가 120만을 넘겼다고 하더군요. 지인들에게 세바시 잘 봤다는 인사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러다 얼마전 문유석 판사님 페이스북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표지 사진이 올라온 걸 봤어요.

 

'주말에 읽은 책. 영어공부법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이번 생엔 이미 틀렸어ㅠ), 읽을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는 동기에는 참 다양한 것들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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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영어공부법으로서도 유익할 책이지만, 유쾌하고 열정적이면서도 성실한 한 사람이 온전히 보이기에 정겹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런 사람이 만드는 드라마,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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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영어공부법 책을 읽었는데, 엉뚱하게도 임순례 감독의 영화 '제보자' 감상문 말미에 덧붙였던 나의 사족이 떠올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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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정말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나라다. 황우석 사건 같은 대단한 일을 해낸 피디조차 방송제작 대신 스케이트장 운영 업무에 종사한다니 탁월한 피디가 남아돌거나 또는 시민들의 생활체육을 극도로 중시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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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역시 우리나라에는 탁월한 피디가 남아도는 게 틀림 없다.'

 

아아아악!

문판사님이 내 책을 읽으셨어!!!

이게 진짜 꿈이냐, 생시냐.....

 

생각해보니, 돌고도는 인생이 정말 재미있네요.

문유석 판사님의 책을 읽고 -> 블로그에 리뷰를 쓰고 -> 리뷰를 읽은 독자가 작가의 페북 주소를 알려주고 -> 작가님 페북을 읽다 -> 추천하신 책을 읽고 -> 그 책으로 강연을 하고 -> 다시 문판사님 페북에서 내 책을 만나는...

 

이중 리액션이 하나라도 빠졌다면, 이를테면, 책은 읽고 리뷰를 쓰지는 않거나, 댓글 제보를 보고 페북에는 가지 않거나, 추천 글은 보고 책은 읽지 않거나... 하나라도 빠졌다면 '세바시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강연은 없었겠지요.

 

결국 인생은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이에요. 내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나의 반응이 곧 나의 인생인 거죠.

 

2017년 8월 11일 금요일, 오늘 저의 징계를 결정하는 MBC 인사위원회가 다시 열립니다. 무엇이 오든, 걱정하지는 않아요. 세상이 액션을 하면, 저도 또 리액션을 하면 되니까요. 제가 리액션이 좀 큰 편이라. ^^

  

오늘 저녁 6시 30분,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는 '돌마고'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 시민행동) 집회가 있는데요. 징계를 기념하는 공연을 하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오시면 50대 댄스 가수의 숨가쁜 랩과 처절한 몸부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리액션이 저를 살렸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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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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