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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시험을 바꿔야 한다

by 김민식pd 2017. 12. 5.

우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의사를 만납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아기가 아플 때, 내가 다쳤을 때, 부모가 병들고 죽어갈 때. 우리가 바라는 의사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저는 의사분들이 우리의 감정을 좀 더 세심하게 다뤄주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할까요? 환자들의 고통에 더 쉽게 공감하고,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사람 아닐까요? 지금 의사는, 중고등학교 때 반에서 1등하고 오로지 암기 과목을 잘 하는 사람을 뽑습니다.

 

<대한민국의 시험>이라는 책에서 저자 이혜정 교수는 우리의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교육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험을 먼저 바꿔야 해요.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없는 주입식 암기식 수업보다는, 토론식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법, 자신만의 생각을 만드는 법을 길러주자고 이야기하는데 그때마다 이런 반론에 부딪힌대요.

 

'한번은 교수법 워크숍에서 수업 시간에 약초 이름을 다 외워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토론을 할 수 없다는 약학과 교수가 있었다. 나는 그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교수님, 모든 약사들이 모든 종류의 약을 완벽히 외워야만 약을 잘 짓게 되는 건가요?"

(중략)

"꼭 그런 건 아니죠."

"요즘 신약들도 많이 나오는데 필요한 약 성분에 대한 정보는 컴퓨터로 즉시즉시 검색할 수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하죠."

"그럼 왜 그렇게 다 외워야 하는 거죠?"

"그야.....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으니까....."

(<대한민국의 시험> 220쪽)



 

교수는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 모든 약품의 성분을 외우는 것으로 평가받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어요. 그 시절 우수한 학생은 가장 암기력이 좋은 학생이었죠. 그 우수한 학생이 교수가 되었으니, 암기 말고는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할 자신이 없는 겁니다. 학생과 어떻게 토론을 합니까.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데요, 알파고의 시대에 암기력을 갖고 인공지능과 대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앞으로 처방전에 따라 자동으로 약을 조제하는 기계가 나올 겁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시범 도입중) 인공지능 진료 프로그램 '왓슨'이 활약할 병원의 미래에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약이나 병명을 더 잘 기억하는 것보다 환자와의 소통 아닐까요? 진단은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춘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의사는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돌봐주는 거죠. 


인공지능의 세상에서는 머리 좋은 사람보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 더 중요합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권위에 의존해 일을 할 것이요. 마음이 따듯한 사람은 타인의 입장에 더 관심을 기울이려 하겠지요. 자, 그러자면 이제 교육을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요? 암기력 좋은 사람이 잘 나가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도록 시험을 바꿔야해요.

 

앞으로 중요한 건 정답을 아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태인은 전 세계 인구의 0.2퍼센트, 미국 인구의 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15퍼센트, 노벨상 수상자의 3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유태인의 학문적 성과는 질문을 중시하는 교육법에 기인한다는군요. 

 

'유태인들은 2000년 동안 나라를 잃고 떠돌아 다녔다. 한곳에서 정착하고 살더라도 언제 어디서 또다시 쫓겨날지 모르기 때문에 농장, 저택, 성 같은 부동산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의미가 없었다. 대신 빈손으로 쫓겨나도 가지고 갈 수 있는 '머릿속의 지식'을 자산으로 쌓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곳에서 유용했던 지식이 다른 곳에서는 쓸모없어지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환경에서도 쓸 수 있는 종류의 지식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었다. 그것은 '어떤 것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생각해 내는 방법'이었다.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유태인들은 생각해 내는 방법, 즉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하도록 요구받았다. 혼자서 스승의 지식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대신, 스승의 관점에 계속 도전하는 질문을 하도록 교육받고 훈련되어 왔다.

 

 

(<대한민국의 시험> 321쪽)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시대가 오면 머릿속에 암기한 지식은 쓸모없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이제 우리는 궁금한 문제가 생기면 잡학다식한 친구를 찾아가 물어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합니다. 앞으로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 같아요.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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