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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나는 휘겔리하게 산다

by 김민식pd 2017. 5. 30.

몇년 전, 사회 모금 사업을 하는 분을 만났는데요. 한국 사회는 사회적 모금이 왕성한 편이라고 하더군요. 오히려 북유럽의 잘 사는 나라에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이 잘 안 된데요. "이유가 뭐죠?" 그런 나라에는 기본적으로 불우 이웃이 없다고... ㅠㅠ 사회 복지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기에 누구나 일정 정도의 기본 생활은 누릴 수 있다네요. 세금을 많이 내고, 그 돈으로 국가에서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기에 굳이 성금 모금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요. 아, 선진국은 역시 다르구나 싶어요.

TV에서 '수재민 돕기 특집 방송'을 하면 서민들이 주머니를 텁니다. 배고파본 적 있는 사람이 배고픈 사람의 사정을 알거든요. 폐지 주워서 이웃돕기 성금 내는 할머니들이 신문에 나오는 것처럼요. 선진국이란 결국 서민에게 성금을 모으기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잘 걷는 나라가 아닐까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덴마크, 안정적인 사회 복지 모델 덕분에 국민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적답니다. 덴마크가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건 국민들이 가장 덜 불행한 나라라는 뜻이라네요. 선진국 중에서도 덴마크가 특히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 각광받는 <휘게 라이프>라는 책을 찾아봤어요.

<휘게 라이프> (마이크 비킹 / 정여진 / 위즈덤하우스) 

'휘게'는 '웰빙'을 뜻하는 노르웨이어랍니다.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설명하는 글자래요. 휘게는 간소한 것, 그리고 느린 것과 관련이 있답니다. 새것보다는 오래된 것, 자극적인 것보다는 은은한 것. 단순함과 겸손함은 휘게의 중요한 미덕이라는 군요. 이는 검소한 소비생활로 이어진답니다.

'어쩌다가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라면 휘게를 내세우며 그곳을 빠져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좀 더 휘겔리한 곳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라는 의견은 자리를 옮기는 데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된다. (중략)

샴페인을 마시는 것보다는 차를 마시는 게 더 휘겔리하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보다는 보드게임을 하는 것이 더 휘겔리하며, 마트에서 산 비스킷을 먹는 것보다는 서툴러도 집에서 직접 만든 비스킷을 먹는 것이 더욱 휘겔리하다.

휘게를 극대화하는 데는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중략) 휘게는 삶의 가장 단순한 것에서 느끼는 기쁨이며 거의 아무런 비용 없이 누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손을 번쩍 치켜들고 "공짜로 즐기는 세상 만세!"하고 외칠 뻔 했어요. 이건 제가 늘 노래하는 바로 그런 자세거든요. 인생을 즐기는 데 큰 돈 들지 않아요. 영어 공부도 그렇고 독서도 그렇고요. 가급적 돈을 쓰지 않고, 작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며 사는 것. 마님에게 '찌질한 중년남자'라고 놀림받는 저의 삶이 선진국 국민들의 삶이군요! (보고 있나, 마님?) 

우리는 일도, 소비도 경쟁적으로 합니다. 남보다 더 비싸고 더 많은 것을 소비하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하려고 합니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려고 애를 쓰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휘겔리한 삶이 더 넓게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행복의 기준은, 더 적게 소유하고 더 적게 쓰는 것이니까요.

누가 저더러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앞으로, '제가 좀 휘겔리하게 살거든요.'해야겠어요.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공공 복지가 중요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미덕을 널리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려고요. ^^ 심플한 삶, 소유하지 않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휘게 라이프,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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