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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수원 화성 자전거 여행

by 김민식pd 2017. 5. 16.

3주간 탄자니아 배낭 여행을 다녀온 후, 약간 울적했어요. '이제 한동안 무슨 낙으로 살지?'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저의 요즘 모토입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예요. 멀리 오래 떠나는 여행만 여행이 아니라, 일상에서 짬짬이 즐기는 여행도 소중해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떠났습니다. 수원 화성으로.

 

전철 분당선에 자전거를 싣고 매교역까지 갑니다. 매교역에 내려서 수원천을 찾아갑니다. 

 

 

처음 가는 도시에서 자전거 길을 찾을 때 저는 지도에서 푸른 물줄기를 찾아요. 강이나 하천변에 자전거 도로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거든요. 수원천을 따라 동남각루까지 달립니다.

 


수원천 옆 지동시장에 미리 눈도장을 찍어둡니다. 여기서 점심을 먹어야겠어요. 이제 앞에 보이는 화성 성곽을 따라 오릅니다.

 

 

평일 쉬는 날을 택해서 왔더니 사람이 없어 성곽길을 따라 자전거 타기 참 좋네요. 옛날에도 왔었는데, 버스타고 오는 것과 자전거로 오는 게 느낌이 또 다르네요.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 여행 : 서울 수도권 편>에 나오는 수원 화성 소개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성城의 나라다. 남한에서 확인된 성이 천오백 군데를 넘고 북한까지 합한다면 2천 군데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의 성은 기본적으로 군사시설이다. 평지에 자리한 읍성이든 산 위에 있는 산성이든 적의 침입을 막고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다. 유럽과 일본의 아름다운 성은 지배자인 영주들만의 거처였지만 우리의 성은 읍성과 산성 모두 주민을 위한 방어시설이었다. 읍성은 평소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에워싸고 있고, 산성은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대피공간이다. 권력자만을 위한 중세 유럽과 일본의 성과는 기본적으로 출발이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성 중 최고는 어딜까.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 자체의 완성도와 예술성에서는 단연 수원 화성이 최고다'

 

(위의 책 33쪽)

 

 

 

 

화성을 지은 정조 임금의 이야기가 안내판에 소개됩니다. 효성이 참 지극한 왕이었지요.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그리움이 그만큼 컸던 까닭일까요.

 

연산군처럼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에 천착하다 폭군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정조 대왕은 분노를 잘 다스렸던 것 같아요. 항상 주위에 학자들을 두고 책에 대한 토론을 즐겼다고 하는데요, 역시 마음 속 분노를 다스리는데는 책 만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

 

 

수원 화성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문득 산책로에 접어들었습니다.

 

 

굿모닝 게스트 하우스! 라는 간판에 가슴이 설렙니다. 아, 배낭족의 고질병이지요. 어딜 가다 게스트하우스란 간판만 봐도 또 역마살이 도집니다.

 

 

자전거 여행중 잠깐 쉬어가기 참 좋은 곳이군요.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 카페라는데요. 아이스티가 2천원. 가격도 착하고 분위기도 좋네요. 잠시 페달질을 멈추고 쉬었다 갑니다. 크레마 카르타, YES24에서 나온 전자책과 전자 도서관 덕분에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어쩜 저에게 여행은 책 읽을 풍광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야외 즉석 도서관 순례인지도... ^^

 

화성 주위로 어차 전용 도로가 닦여 있어요.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행차인데요. 평일에 한적한 시간에는 자전거로 달리기 좋네요. 임금님 행차가 오면 그때 비켜주려고요. ^^

 

산위에서 만난 정조 대왕의 동상.

 

 

이덕무 (스스로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라 칭했던)나 박제가 같은 서얼 출신 선비들에게 벼슬길을 열어준 성군, 정조 대왕. 나라를 다스리는 길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정조같은 성군을 못 만나면 어떡하느냐, 이덕무처럼 평생 책만 읽다 가도 좋아요.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수양을 목표로 사는 거지요.

 

 

 

수원 화성, 좋네요. 역사책에서 만났던 갖가지 이야기가 성벽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낯설고 말 설은 머나먼 타국 땅까지 갈 것 없이 내가 사는 나라에서도 여행을 즐기며 살아야겠어요.

 

 

성곽 주변으로 조성된 공원에서 잔디에 누워 책읽다 낮잠자기 딱 좋아요.

 

 

 

TV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수원 화성 풍선여행.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화성의 전체 윤곽을 쉽게 볼 수 있겠군요. 저는 안 타고, 그냥 패스.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굳이 돈 내고 다른 거 타지 않아요. 자전거 여행 자체가 최고의 볼거리인데, 뭘. ^^ (짠돌이 정신, 죽지 않아!)

 

 

지동시장에서 점심으로 순대를 사먹었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지난 겨울, 라디오 PD 후배에게 접이식 자전거 한 대를 얻었어요. 이제 평일에 한산할 때 전철에 싣고 지방 여행도 다닐 수 있어요.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요, 숙박비가 안 들고요. 교통비도 적게 들어요. 직접 페달을 저어 돌아보니 가뿐한 운동도 되고.

 

탄자니아에 다시 갈 일은 없어도, 수원 화성은 자꾸 오고 싶어질 것 같네요~

 

하루 여행 경비는 1만원도 들지 않아요. 서울에서 어디 가서 밥만 먹어도 1만원인데 말이지요.

이제 정년 퇴직, 10년 남았어요. 부지런히, 퇴직 후 놀 거리, 볼 거리를 찾아두려고요. 노후에 심심할 때면 옛날에 쓴 블로그를 뒤져, '그래, 오늘은 또 어딜 가보나?' 하려고요. 즉 오늘의 여행 일지는 미래의 나를 위한 가이드북이에요. 무엇보다 나이 들어 블로그를 다시 보면 후회가 적을 것 같아요.

그래, 하루 하루 알차게 잘 살았네! 하고 말이지요.

오늘 이 순간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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