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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9등급 꼴찌의 영어 비법

by 김민식pd 2017. 4. 14.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서영어 공부에 머리는 따로 필요 없습니다. 꾸준히 하면 누구나 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지난 일요일 댓글부대 정모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분이 손을 번쩍 들었어요.

저는 대구에서 올라왔습니다. 피디님 책을 읽고 , 정말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영어는 혼자서 공부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피디님께 며칠 전에 나온 제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장동완 / 리더스북)

 

외국어는 머리가 좋지 않아도 잘할 수 있습니다. 그간 영어를 얼마나 배웠든 상관없습니다. 나이가 어리든 많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정말 많이 듣고 입으로 곱씹어내는 것만으로도 외국어는 유창하게 할 수 있습니다.

고교 시절 전국 모의고사 9등급이었던 제가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등 여러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게 된 걸 보면 확실히 외국어는 공부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 게 분명합니다.

(중략) 누구라도 제 방법대로 실천한다면 몇 개월 안에 충분히, 어떤 언어든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은 바로 상황 속에서 문장의 쓰임을 보고, 입과 귀로 외우는 것입니다. 수많은 상황 속 영어 문장을 입과 귀로 반복해서 외우는 것은 눈과 손으로 문법을 수십 년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위의 책 32)

 

 

책에는 한때 북유럽에서 영어를 못하는 나라, 핀란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어 어순과 핀란드어순이 달라 처음 학교에서는 문법 위주로 수업을 했답니다.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나아지기는커녕 영어라면 아이들이 기함을 합니다. 모든 핀란드 학교가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검증하는 것을 금지해버립니다. 그 후, 영어 실력은 쑥쑥 올라갑니다. 핀란드 아이들에게 영어는 시험 과목이 아니라 놀이가 된 거죠. 영어 노래를 통해, 영어 게임을 통해, 영어 연극을 통해 말을 배우고, 그 결과 핀란드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3개 국어를 구사하게 되었답니다. 마이클 무어의 영화, <Where to Invade Next>에서도 핀란드의 교육법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는 학교는 물론이요,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도 영어 시험을 봅니다. 업무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도 영어 자격 시험 고득점이 필요합니다. 시험 점수를 목표로 공부하다보니, 토익 900점을 받아도 회화가 잘 되지 않아요. 영어는 회화를 공부해야합니다. 말이 술술 나오면 시험 성적은 절로 잘 나오거든요.

 

장동완 님은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뉴질랜드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해외에 나가 살면 저절로 영어가 될 줄 알았는데, 3개월이 지나도 말문이 열리지 않아요. 그러다 선교사 한 분을 만나 외국어를 잘 하는 비법을 묻습니다. 그 분이 그래요.

자네, 영화 <노팅 힐> 100번 볼 수 있겠나? 같은 영화를 100번만 반복해서 보면 영어는 절로 술술 나온다네.”

그리고 그는 노팅 힐 DVD를 사서 미련하리만치 고집스럽게 같은 영화를 수십 번씩 반복해서 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영어가 들리기 시작하고 말문이 열립니다. 그때 그가 깨달아요. , 우리는 그동안 영어를 헛공부했구나!

 

우리는 수년간 읽기(문법) - 쓰기 듣기 말하기순서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국어로 말하거나 듣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읽기(문법) - 쓰기 -(다시 유턴)’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즉 읽기(문법), 쓰기를 하고 난 뒤 듣기를 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자 다시 앞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가장 중요한 듣기, 말하기에 투자하는 시간이 읽기, 쓰기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너무나 적습니다.‘

(122)

 

올바른 영어 학습의 순서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라는 거지요. 저도 매우 공감하는 대목입니다 어린 아이에게 영어 암송을 시키면 아이가 많이 힘들어 합니다. 회화 책을 보고, 소리 내어 읽고 외우는 것은 중고등학교 영어 교육을 마치고, 어느 정도 문법이나 단어에 익숙한 어른을 위한 학습법입니다. 제가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쓴 건, 십년 이상 영어를 배웠음에도 아직 회화가 어려운 직장인을 위해서입니다. 영어 스펠링도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적용하면 아이에겐 힘들 겁니다. 장동완님도 느꼈든, 영어는 어른이 되어 스스로 필요성을 느낀 당사자가 마음을 내어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영어를 시키면 부모와 아이 둘 다 서로 힘들어집니다.

 

고등학교 때 become의 뜻도 모르던 영포자가 어느 날 스무 살이 넘어 영어 공부에 뜻을 세우고 <노팅 힐>100번 보면서 회화를 익혔어요. 어른이 되어 듣고 말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하면 누구나 회화의 달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31세의 젊은이가 이런 멋진 책을 썼다는 게 참 놀랍네요. 그는 자신의 4개 국어 실력을 이용해 외국에서 일도 하고, 또 한국의 의료 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사업도 시작했는데요, 앞으로 그가 외국어 실력을 발휘해 얼마나 멋진 인생을 살아갈지 기대됩니다. 장동완 저자님, 파이팅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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