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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이용휴의 '나를 지키며 살기'

by 김민식pd 2017. 2. 14.

'낭송 18세기 소품문' 중, 이용휴의 글을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가급적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낭송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나를 지키며 살기   

 

나와 다른 사람을 견주어 보면, 나는 가깝고 다른 사람은 멀다. 나와 사물을 견주어 보면, 나는 귀하고 사물은 천하다. 그런데 세상은 반대로 한다. 가까운 것이 먼 것의 말을 듣고, 귀한 것이 천한 것의 부림을 당한다. 어째서인가? 욕망이 밝은 것을 가리고, 습관이 참된 것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좋아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성내는 것부터 행하고 머무르며 굽어보고 우러러보는 것까지 세상이 하는 대로 할 뿐 주체적으로 하지 못한다. 심한 경우에는 말과 웃음, 얼굴 표정과 모습까지도 저들의 노리개가 되고 만다. 정신과 생각, 땀구멍과 뼈마디 그 어느 것도 나에게 속한 것이 하나도 없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나의 벗 이처사는 옛날 사람의 풍모와 마음을 지니고 있다. 마음에 담장을 치지도 않고, 겉치레에 신경 쓰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마음에는 지키는 바가 분명하다. 평생 남에게 벼슬을 구한 적도 없고, 특별히 좋아하는 사물도 없었다. 오직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지기로 삼아 위로하고 격려하며 부지런히 움직여 힘껏 먹고 살 따름이다.

(31쪽)

 

오늘을 살라! 어제는 지났고, 내일은 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오늘'當日이 있음을 알지 못하게 되면서 세도世道가 잘못되었다. 어제는 이미 지났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하고자 하는 바'를 실행하는 것은, '오늘'에 달려 있을 뿐이다. 이미 지나간 것은 돌이킬 방법이 없고, 아직 오지 않은 것은 도달할 방법이 없다. 비록 삼만 육천 일이 이어져 오더라도, 그날에는 마땅히 그날에 해야 할 일이 있으므로 다음 날로 미룰 여력이 없는 것이다.

어찌 그리도 괴이한가. 한가함이란 경전에도 실려 있지 않고, 성인들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가함에 의탁하여 헛되이 하루를 보내는 자들이 있다. 그러므로 맞물려 돌아가는 이 우주宇宙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한가하지 아니하여 항상 운행하고 있다. 그러니 사람이 어찌 한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들마다 하는 일이 한결같지 않아서, 선한 사람은 선한 일을 하고, 선하지 않은 사람은 선하지 않은 일을 한다. 그러므로 길하거나 흉한 날이 따로 있고, 곤궁하거나 왕성한 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하루를 어떻게 사느냐에 달린 것이다. 

하루가 쌓여서 열흘이 되고 한 달이 되며, 한 계절이 되고 한 해가 된다. 그러므로 사람이 날마다 수양하여 '좋아하고 따를 만한' 선인善人으로부터 '대인大人이면서 저절로 도를 따르는' 성인聖人의 경지에까지 이르러야 할 것이다. 

지금 신군申君은 수양하려는 자로서 자신의 공부工夫가 다만 '오늘'에 있음을 알고, '내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 아! 수양하지 않은 날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未生와 같으니, 곧 헛된 날인 것이다. 신군은 모름지기 시야를 밝고 환하게 하여,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말고, '오늘'을 살도록 하라.

(43쪽) 

어떤가요? 소리내어 글을 읽어보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 같지 않나요? 옛날 선비들은 묵독을 하지 않았어요. 낭랑한 소리로 책을 읽어 마음과 몸을 수련했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리 높여 말로 해야 진짜 공부입니다.

낭송 Q 시리즈에는 유가, 불가, 도가 등 동양고전에서 나온 책들이 많습니다. 춘향가나 심정전같은 판소리도 좋구요. 관심있는 책부터 먼저 읽고 조금씩 범위를 넓혀도 좋습니다. 영어든 독서든, 몸을 써서 하는 공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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