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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

by 김민식pd 2017. 2. 15.

둘째 민서가 방학을 했는데,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언니도 공부하느라 놀아주지 않아요. 제가 데리고 1박2일 스키캠프에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민서에게 물었죠.

"스키 재밌어?"

"응?"

"내년에 또 올까?"

"응!"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굳이 1년을 기다려야 할까? 올해 다시 오지 뭐. 민서가 스키를 싫어할까봐 소심한 마음에 맛보기로 1박2일 캠프를 신청했는데, 강사님들도 친절하고 또 시설도 좋아 민서가 아주 좋아하더근요. 집에 오자 바로 2박3일 캠프를 다시 신청했습니다.

처음 갔을 땐 입문반에 넣었는데, 이번에는 초급반에 보냈어요. 나중에 수업하는 모습을 보니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잘 타더라고요. 스키 캠프가 참 좋은게요, 숙식이고 강습이고 다 전문가에게 맡기고 각자 자신의 스키를 즐기면 됩니다. 

2일차 오후부터 자유 스키입니다. 민서랑 같이 타보니까 애가 턴을 하지 않더군요. 어린 아이는 몸무게가 가벼워서 그냥 플루그보겐 (A자)으로 내려가도 속도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그냥 A자로 꿋꿋하게 가는 거예요. 중급자 코스에서도 잘 타긴 한데 턴을 안 하니까 좀... 보니까 같이 강습받은 다른 아이들은 줄을 지어 턴을 하면서 내려가더군요.

"민서야, 너도 저 친구들처럼 턴을 하면서 가면 어때?"

"싫어."

"왜?"

"다리 아프고 재미없어."

ㅠㅠ 그냥 A자 자세로 직선으로 내려가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프지만... (이러려고 내가 강습을 시켰나 자괴감이 들고 힘들어) 내버려뒀어요.

"민서야, 스키 재미있어?"

"응."

"우리 내년에 또 올까?"

"응!"

(이 아이가 커서 벌써 저랑 스키를 탑니다... 세월 참...)

 

첫 해엔 민서가 스키에 대해 흥미를 붙이는 게 목표입니다. 스키가 재미있으면 계속 탈 것이고, 계속 타다보면 더 잘 타고 싶은 욕심도 날 거에요. 잘 하고 싶은 욕심은 아이의 몫이지 부모가 심어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첫 해는 취미를 들인 것으로 만족하는 걸로. 

제 책을 읽고 아이들과 영어 문장 암송을 공부하시는 분도 있을 텐데요. 너무 무리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문장 암기라는 게 스스로 마음을 내어 해야지, 누가 시켜서 하면 참 힘들거든요.

"아, 그 아저씨는 드라마 피디가 그냥 드라마나 만들지, 왜 영어 공부책을 써서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하나?"

아이에게 이런 원망을 들을까 괜히 걱정입니다. ^^

책에 보면 제가 큰 딸 민지랑 라오스 여행 가서 '중국어 첫걸음의 모든 것'에 나오는 모든 회화 상황을 암송했다고 나오는데요. 2주간 라오스 여행 다니면서 오로지 아침에 30분, 딱 한번만 공부했어요. 하루 종일 그냥 놉니다. 방비엥에서 튜빙하고 카누 타고, 루앙프라방에 가서 자전거 타고, 카페에서 보드게임 하며 빈둥거리고... 하루 종일 놀다가 아침에 딱 30분만 암송을 공부했어요. 그러니까 민지도 따라한 겁니다. 하루 종일 바쁜 아이가 잠깐 쉬려고 휴대폰을 들었는데 그걸 못 참고 "그래서, 오늘은 영어 책 외웠니?" 하시면, 아이와 갈등만 생깁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아, 영어 공부 정말 재미없네...'하고 영영 어학에 대한 취미를 잃을 수도 있어요.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라오스 여행도 가고, 몽골 트레킹도 가고, 네팔 여행도 가고 그럽니다. 세상에 재미난게 얼마나 많은지 가르쳐주는 게 아빠로서 저의 목표입니다. 아이에게 숙제 시키는 건 싫어요. 제가 말씀드린 영어 암송법이 좋았다면 아이에게 '이 책 한번 읽어봐.' 하고 넌지시 보여주기만 하세요. 암기하고 말고는 아이 마음입니다. ^^ 

부모는 아이에게 재미난 것만 권해주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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