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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내가 행복한 곳을 찾아서

by 김민식pd 2016. 12. 21.

2016-243 내가 행복한 곳으로 가라 (김이재 / 샘터)

 

어려서 저는 우울했어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랐는데,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구박데기였어요. 집에서는 공부 못한다고 혼나고 학교에서는 울상이라고 따돌림 당하고. 그나마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인생이 폈어요. 혼자만의 자취방을 갖고 자유와 독립을 얻었습니다. 부모님께 계속 붙어 살았으면 정신적 독립을 쟁취하지 못했을 듯. 공간에는 힘이 있어요. 사람을 구속하기도 하고, 풀어주기도 하고.

첫 직장을 다니던 스물 다섯 어느날, 사무실에 앉아 문득 사방을 둘러보았어요. 순간 그 사무실 안에서 내 남은 인생이 다 펼쳐지더군요. 5년 뒤면 저기 저 대리 책상, 5년 뒤면 저기 창가 과장 자리, 다시 5년 뒤면 저기 구석에 있는 부장 사무실... 갑자기 갑갑했어요. 어느 한 공간에 속박당하기 싫었어요.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한 공간에서 내 인생이 속박당하는 게 싫었는지도...  

 

지리학자 김이재 선생님은 이 책에서 자신이 행복한 공간을 찾아야한다고 말씀합니다. 책의 첫머리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처음부터 지리학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수능을 망쳐 2지망으로 지리교육과에 진학했는데, 자존심이 많이 상해서 빨리 다른 분야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저의 첫 직장은 대기업의 미주 수출 팀이었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마 계속 다녔으면 스트레스로 과로사 했을 것이 분명하기에 중간에 그만둔 것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직업의 세계에 도전했고, 시행착오와 실패도 많이 경험했습니다. 외국계 회사, 방송사, 학교, 대학, 연구소를 전전하며 쓴맛 단맛을 다 보았습니다. (...)

한국의 어른들 중에 자신의 진짜 꿈을 찾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또한 어른이 된 후에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 나를 가슴 뛰게 하는 일이 중간에 바뀔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마흔이 되는 해에 저는 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40년 동안은 부모님과 선생님, 국가와 사회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왔지만 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미있게 하며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9)

 

스무살에 저도 비슷한 결심을 했어요. 태어난 후 20년간 정말 우울했으니, 앞으로는 최소 20년은 무조건 즐겁게 살자고. 재미난 일을 찾아 했어요. 어떤 일이든 하다 재미가 없으면 미련없이 그만 뒀어요.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 물어보는 삶을 살았어요. ‘지금 이 순간, 나는 즐거운가?’

 

어린 시절,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우울했던 나는 나만의 안식처(Sanctuary!)를 찾았습니다. 그게 바로 도서관이에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시립 도서관으로 달려가 서가 사이에 숨고, 책 속의 세상으로 달아났어요. 지금도 동네 도서관을 열심히 다닙니다. 도서관에 앉아 책을 읽다보면 세상만사 고민이 사라지거든요. 아, 도서관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우울했을까요?

결국 인생이란 자신이 행복한 장소를 찾아나서는 모험인것 같아요.

지금 이곳에서, 나는 행복한가? 항상 묻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납니다.

그렇게해서 발견한 곳이, 네팔 히말라야고, 체코 프라하고, 뉴욕 타임즈스퀘어고, 제주의 해변이에요. 가보고 좋은 곳은 꼭 다시 갑니다. 은퇴하면 행복한 추억의 공간들을 선으로 이어 세계 일주 떠나는 게 꿈입니다.

(지난 가을 제주도 자전거 일주 중.)

다음 세대가 묻다.

나에게는 온통 불리한 조건뿐입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답답합니다.”

김이재가 답하다.

행복을 느끼는 장소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우선 웅크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다양한 장소를 체험하세요. 내가 좋아하는 곳, 나와 맞는 공간을 찾으세요.”

(책의 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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