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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우리 시대의 육아란...

by 김민식pd 2017. 2. 8.

'대리 사회' (김민섭 / 와이즈베리)를 읽다 우리 시대의 육아를 생각해보았어요.

대리 운전을 하면 무엇이 가장 힘들까요? 이동 노동자는 이동이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차를 이동시키는 건 차라리 쉬운 업무입니다. 일단 그 차가 있는 곳까지 가는 게 쉽지 않고 (손님은 기다리다 늦으면 그냥 갑니다. 동시에 두 세 명을 콜하고 가장 먼저 오는 사람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죽어라 뛰어 간 대리 기사는 시간도 날리고 돈 벌 기회도 날리지요. 일시적 계약 관계지만, 대리 운전에서도 약속은 존중해줬으면 좋겠어요.) 운행이 끝나고 다시 도시로 나오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자가용 출퇴근을 하는 이들은 도시에서 일을 하고, 외곽 지역으로 퇴근합니다. 대리 기사는 도심에서 일을 시작해, 도시 외곽에서 일을 마칩니다. 다음 콜을 받기 위해서는 빠르게 도심으로 복귀하는 게 관건인데요. 수도권의 경우, 심야 버스가 있지만, 저자가 살았던 원주의 도시 외곽은 산골이에요. 대중교통은 커녕, 한밤중에 들개가 울고, 컴컴한 논두렁으로 이어진 길입니다. 자칫 다칠 수도 있지요.

오밤중에 도시로 돌아가려고 한 두 시간씩 산길을 걷기도 합니다. 사정을 들은 저자의 아내가 하루는 두 살된 아이를 재우고 차를 몰고 나옵니다. 남편을 시골에서 픽업해서 다시 번화가로 태우고 갑니다. 콜을 기다리면서 둘은 차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둘이 함께 일하면서 콜 받는 수가 늡니다. 도심으로 복귀가 빠르니까요.

두 돌 지난 아기를 혼자 집에 두고 나오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어떻겠어요. 아이 방에 카메라를 달아두고 스마트폰에 깐 CCTV 프로그램으로 아이의 동향을 확인합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집에 들어가 문을 열때는 혹시나 아이가 깨어 혼자 집안을 헤매고 다니며 울고 있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입니다.

책을 읽으며 이 대목에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 우리 시대에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왜 이리 힘이 들까요.

육아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입니다. 육아는 하루 24시간 꼬박 드는 일이거든요. 그 일을 우리는 누군가에게 대리하면서 삽니다. 친정 어머니거나 조선족 아주머니거나 아니면 경력이 단절된 아이 엄마이거나... 아빠로서 내가 일에 집중하는 동안 누군가는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거죠.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MBC 라디오 장수연 피디의 브런치에서 더 가슴 아픈 사연을 보았습니다. 우리 시대의 육아에 대해, 한번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글을 올립니다.

https://brunch.co.kr/@jangsypd/48

김민섭 님의 '대리 사회'. 책을 읽고도 글이 한동안 떠나지를 않네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나를 위한 대리 인간으로 희생시키지 말자...

나도 그 누구의 대리 인간으로 살지는 말자...

이런 다짐을 하지만, 쉽지는 않지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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