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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모든 글은 카피다

by 김민식pd 2016. 12. 1.

PD나 기자 지망생에게 글쓰기 연습을 권하면, 논술 스터디를 얘기하는 분이 많은데요. 비평이나 평가를 염두에 둔 글쓰기는 즐겁지가 않아요. 무엇이든 잘 하려면 자주 해야하고, 자주 하려면 즐거워야 합니다. 글쓰기 훈련은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해보세요. 자기 주도적이고, 피드백이 가능하고,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어 개인 홍보로 효과 만점입니다.

앞으로 평생 직장은 사라집니다. 작고 소박한 다양한 생업을 찾으며 살아야할텐데요. 인공지능이 생산을 주도하는 시기에 노동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으로 조합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인터넷에 올려둔 나의 글은 곧 온라인 자기소개서가 됩니다. 

직장인에게 책 한 권 쓰기를 권하는 자기계발서가 있는데요. 책을 쓰려면, 첫째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게 되고, 둘째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셋째 출판한 책을 통해 자신을 홍보할 수 있어요.

출판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로그 글쓰기 역시 비슷한 효과가 있어요. 일단 평소에 책을 많이 읽게 되고요. (글쓰기는 책읽기부터 시작하니까요.) 글을 쓰면서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소셜미디어 글을 쓸 때는, 자신을 세상에 홍보하는 광고 카피 쓰듯 쓰면 어떨까요? 그래서 소개합니다.

 

2016-229 카피책 (정철 / 허밍버드)

카피라이터나 지망생들을 위해 쓴 카피 작성 교본입니다. 글쓰기 교본으로도 적격이네요.

글을 더 잘쓰고 싶다면, 광고 카피 쓰듯 글을 써야합니다. 광고 카피를 쓰는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사항은 경제성입니다. 신문지상이든 방송화면이든 광고에서는 카피 한 자 한 자가 다 돈이거든요. 짧고 힘있는 글쓰기가 광고의 승부처입니다.

자기소개서나 논술 글쓰기도 마찬가지에요. 글의 첫 머리 문장 몇개로 승부가 납니다. 초반에 심사 위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거든요. 글 좀 쓴다는 사람은 어떻게든 상대를 설득해야겠다는 자신감에 장황하기 쉬워집니다. 불타는 열정으로 장광설을 늘어놓지만, 글쓰는 사람만 신날 뿐 읽는 이를 배려하지 못하지요.


자기 소개서는 광고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임팩트 강하게 써야합니다. 지면 위의 글자 하나하나를 아껴야하고 독자의 시간도 아껴야합니다. 저도 요즘 블로그 글쓰기를 반성하고 있어요. 여행기를 쓰면서 저도 모르게 자꾸 글이 길어지더군요. 어떤 여행작가는 그래서 여행 다녀와서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여행기를 쓰라고 말합니다. 시간을 두고 기록할 가치가 있는 글만 걸러내야한다고요.  

화장실 표어로,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합시다'... 이런 글은 사람의 시선을 붙들지 못해요. 지당하신 말씀, 구태의연한 교훈이라 그냥 흘려보냅니다. '반 발짝만 앞으로 오세요' 이렇게 실행이 쉬운 것을 권해야 효과가 있다네요.

서울지역보다 5천만원 더 싼 용인의 아파트를 광고한다면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파격 분양가!'도 시선을 잡지는 못해요.

'용인에 집 사고 남는 돈으로 아내 차 뽑아줬다'

이 경우,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평소 갖고싶었던 차가 번쩍 떠오르고 가족 나들이 드라이브 떠나는 모습, 동해안 7번 국도로 새 차를 모는 모습이 막 그려집니다. 모호한 개념보다 선명하게 그림을 그려주는 글이 효과적이라는 거지요.

 

예능국 조연출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예고 문구를 어떻게 쓸 것인가?' 늘 머리를 쥐어짜는데요, 좋은 예시들이 많네요. 카피라이터나 예능 피디는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입니다. 수백만명이 보는 화면에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니까요. 굳이 카피라이터가 아니라도 읽을 만 해요. 왜냐하면...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SNS 시대, 우리 모두가 카피라이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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