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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자전거 제주도 일주, 환상!

by 김민식pd 2016. 10. 24.

자전거 제주도 일주 1일차

 

자전거 전국일주, 그 첫 코스로 제주도 일주를 시작했습니다. 제주도 자전거길은 말 그대로 환상, 섬을 한바퀴 둥글게 (環狀) 도는 코스입니다. 생긴것도 환상, 코스도 환상! 

서울 집에서 6시에 나와서 김포 공항에서 8시 20분 비행기를 탔습니다. 제주공항에 9시 반 도착한 후, 자전거 렌탈을 예약해둔 보물섬 하이킹까지 가니 10시. 자전거를 빌려 짐을 싣고 출발했습니다.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의 첫 목적지는 용두암입니다. 길을 찾기는 아주 쉬워요. 제주도 어디에 있든 바다쪽으로 달리다보면 어디선가 바닥에 파란 선으로 이어진 자전거 도로를 만날 수 있어요. 섬 전체를 한바퀴 크게 도는 코스니까요. 용두암에서 첫번째 스탬프를 찍고 바닥에 난 자전거길 표지를 따라 달립니다.


몇 년 째 올레길을 걷고 있습니다. 올레길의 경우 성산일출봉에서 시작하여 시계방향으로 코스를 돕니다. 자전거의 경우 제주시에서 애월쪽으로 시계반대방향으로 돕니다. 그래야 해안도로에서 바다를 옆에 끼고 달립니다. 시계 방향으로 돌 경우, 차선 건너편에 바다가 보입니다. 바람 방향도 역방향이고요. 자전거 일주는 반시계 방향을 추천합니다. 반대편은 길도 좋지 않아요.


용두암에서 애월에 있는 다락쉼터까지 가는 것이 첫번째 코스입니다.

다락쉼터에서 도장 하나를 찍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 구간의 거리가 평균 20킬로 정도 됩니다. 한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지요. 스탬프를 찍으면 성취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밥을 먹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오다 공사장 인부 아저씨들이 줄지어 들어가는 식당을 보고 냉큼 따라들어갔어요. 제주도에는 펜션 신축현장이 많은데요. 몇 달 이상 장기 공사하는 분들은 뜨내기 손님이 아니라 믿고 갈만 합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 또한 뛰어나고요.  김치찌개 6천원인데, 밑반찬이 잘 나오더군요. 역시 몸쓰는 분들이 밥을 잘 챙기신다니까요.



밥을 먹었으니 좀 쉬어야지요. 호젓한 해안가에 정자가 있기에 자전거를 세웁니다.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시 낮잠을 살풋 청해요. 신선 놀음이 따로 없군요.

협재해변입니다. 10월의 제주, 아직도 해수욕장에 사람이 많네요.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고 제주 자전거여행, 최고다!'

마님의 답장, '누군지 장가 한번 잘 갔다!'

바다처럼 너른 마님의 아량 덕에 3박4일 동안 혼자 자전거여행도 다니고 그럽니다.

감사합니다, 마님! ^^ 


월령리 선인장 군락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전거 코스는 아니에요. 도로 옆 표지판을 보고 즉흥적으로 핸들을 꺾었어요. 자전거 여행은 이래서 좋습니다. 도보여행의 경우 길을 벗어나기 쉽지않아요. 헤매면 힘드니까요. 차로 갈 경우 내비에서 시키는 대로만 가게 되지요. 자전거는 다른 길로 빠져도 힘들지 않아요. 2~3킬로 거리는 금세 도착하고 다시 경로를 찾는 것도 간단합니다. 차가 달리는 길로도 가고, 사람이 걷는 길로도 가는 것이 자전거의 매력이지요.


풍력발전용 바람개비들이 돌아갑니다. 저런 풍차가 있다는 건 이 지역의 바람이 세다는 뜻이지요. 숙소를 지나쳐서 다시 역방향으로 달렸더니 맞바람이 장난 아닙니다. 자전거의 경우, 시계반대방향으로 제주도 일주를 하라는 이유가 있군요.

자전거 여행의 경우, 특히 바람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운전하거나 걸을 땐 잘 몰라요. 자전거는 길 위의 돛단배입니다. 온 몸으로 바람을 받으며 달립니다. 맞바람 라이딩은 오르막 라이딩과 비슷합니다. 기어를 낮추고 페달을 힘껏 밟아야합니다. 바람이 심한 평지를 달리는건 내리막없는 오르막 라이딩과 같아요.

첫날 숙소입니다. 와랑게스트하우스. 한경면에 있는데요, 자전거 일주도로와 가까워서 좋습니다.

 

올해 5월 1일에 오픈한 숙소라 방도 깨끗하고 좋더군요.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아직 안 알려진 탓에 손님이 저밖에 없어 너른 5인실을 독방처럼 썼어요.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맛집을 여쭤보러 주인장께 갔더니 "저녁으로 김치볶음밥 할 건데, 같이 드실래요?" 하셔서 냉큼 숟갈 하나를 얹었어요.

아차차! 이 사진은 앵글을 잘못 잡았네요. 한라산 김치볶음밥이라고 아주 높은 고봉밥을 해주셨는데 부감샷으로 찍으니 높이가 안 보이는군요. 높은 한라산 김치볶음밥 위에 계란프라이가 백록담처럼 자리잡고 있어요. 맛있고, 양도 푸짐하고! 식당에서 3년간 요리를 배우셨다는 사장님 덕에 저녁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주인장께 여쭤봤어요. "블로그에 저녁을 공짜로 얻어먹었다고 올려도 되나요? 다른 분들도 와서 조를 지 모르는데..."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사장님이 그 말씀 후회하도록, 마구마구 몰려가주세요. ^^

와랑의 별채 공간입니다. 식사를 하고 저녁에 파티를 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있어요. 공용 부엌에서 음식을 해먹거나 술을 마시며 놀아도 좋아요.

캠핑용 데크를 조성중인 너른 뒷마당에는 잘 생긴 '와랑이'가 놀고 있어요. 사람을 정말 잘 따르는 녀석입니다. 콜리는 목양견이라 아이들이랑도 잘 놀지요.

기본 포함인 조식으로 오니기리를 만들어주셨어요. 1인당 2개씩 나오는데, 더 만들어주시기도 합니다. 역시 맛이 기가 막힙니다.

부킹 닷컴을 통해 3만원에 예약하고 갔는데, 사장님께 직접 전화예약하면

010-4166-9501

2만5천원(조식 포함)에 도미토리 숙박이 가능하답니다.

자, 이제 낮에 본 제주도 바다를 그리며,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첫날의 코스는, 

제주공항 - 용두암 - 이호테우해변 - 애월항 - 곽지과물해변 - 한림항 - 협재해수욕장

45킬로 (3시간 거리)를 달렸습니다. 서울서 비행기로 날아온 후 자전거를 빌리는 걸 감안해 첫날은 일정을 짧게 잡았습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 숙련된 라이더라면 1박2일에도 가능하지만 권하지는 않아요.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을 둘러보며 쉬엄쉬엄 가세요.

내일은 또 어떤 풍광이 기다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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