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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짠돌이 육아 일기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by 김민식pd 2016. 11. 18.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마지막 글입니다.)

 

다가올 인공지능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솔직히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인공지능 관련 서적이나 창의성 계발에 관한 책을 계속 읽었습니다. 몇 달 동안 수십 권의 책을 읽었지만 여전히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창의성을 기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비보다 공격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출론 강의에 가면 작가 지망생이나 PD 지망생들이 물어봅니다.

“PD가 드라마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성공하는 드라마 공식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솔직히 저는 아직 연출력이 부족한 탓인지 어떤 드라마가 성공할지 알아보는 안목이 부족합니다. 어떤 드라마가 대박이 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정해진 드라마 성공 공식이 있다면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지는 드라마는 결국 사람들의 외면을 받을 겁니다. 세상에는 수천만의 시청자가 있고 그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는 다 제각각이에요. 세상에 정답은 없어요. 남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없기에,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남이 좋아할 것 같은 대본은 의미 없어요. 무조건 내가 재밌는 게 우선이거든요.

배우도 마찬가지에요. 어떤 배우가 인기가 있고, 어떤 배우가 비호감인지 사람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중요한 건 함께 일하는 내가 그 배우를 좋아하느냐 아니냐 입니다. 연출이 좋아하지 않는 배우를, 시청자들이 좋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과, 현장에서 즐겁게 일하다보면 그 즐거움이 화면에도 드러날 것이라 희망합니다. 시청률이니 광고 판매율이니 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정입니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잘하기도 쉽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대본을 갖고, 좋아하지도 않는 연기자를 촬영하며 열정이 생기기를 바랄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인생이 축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어떤 직업이 잘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무엇이 필요할지 모르니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영어도 하고, 공부도 하고, 미술도 하고, 예체능도 하고, 모든 걸 다 하겠다이렇게 생각하는 건 수비형의 삶입니다. 수비란 참 피곤하고 힘들어요. 상대편이 어디를 공격할지 모르니 모든 곳을 다 막아야하거든요. 반면에 공격은, 내가 공을 몰고 가고 싶은 곳으로 몰고, 차고 싶은 방향으로 차면됩니다. 공격이 훨씬 더 즐거워요.

인생, 수비하면서 보내지는 말아요. 남 눈치 살피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우선입니다. 세상이 내게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내가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사실 세상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어요. 나를 좋아하고, 나를 가장 아끼는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욕망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결국 세상을 가장 잘 사는 방법입니다.

아직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면,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100세까지 사는 시대잖아요. 10, 20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30, 40대에 그 일을 잘 하려고 노력하고, 50대 이후엔 자신이 좋아하는 일, 자신이 잘 하는 일로 사회에 봉사하면 됩니다.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 이 세 가지를 찾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길입니다. 아직 10대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데 아직 10년 이상의 여유가 있습니다. 놀면서 자신의 적성을 천천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하다 성공하면, ‘인간 승리라고 했지요. 앞으로는 잘 놀다가 성공한 사람을 가리켜 인간 승리라고 할 것 같아요. 노예처럼 열심히 일만 하다 성공하는 건 로봇 승리입니다. 죽어라 일만 하는 건 로봇을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저는 인공지능의 시대를 비관하지 않아요. 힘든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인간이, 창의적인 여가 활동을 즐기는 시대가 되기를 희망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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