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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대체 불가능한 존재

by 김민식pd 2016. 9. 1.

2016-201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라 (로드 주드킨스 / 이정민 / 위즈덤하우스)

 

예술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에서 창의력에 대한 강의를 하는 로드 주드킨스 교수가 쓴 책입니다. 창의 워크숍을 통해 학생들과 기업들에게 문제 해결에 있어 창의적 접근법을 소개합니다. 그는 세상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잠재적 예술가라고 말합니다. 창의력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예술가'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에게 있어 궁극의 예술품은 바로 우리 인생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노후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회사를 다니고 아이를 키우는 어른의 삶은, 해야할 일을 하는 존재이지요. 직장이나 육아로부터 해방되는 노인의 삶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요? 퇴직 후에도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돼라.' 제목이 팍 끌립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책에서 눈에 띈 대목.

 

'대학 교수로서, 그리고 창의적 컨설턴트로서 내가 맡은 주된 역할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즐겁게 놀고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재미있게 놀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히 발전할 수 있다. 가끔 조직이나 기업이 충분한 아이디어를 개발하지 못해서 다른 경쟁업체에 뒤처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아이디어가 빈곤한 이유는 대체로 직원이나 조직원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상사나 동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위의 책 148쪽)

 

불안하면 창의적일 수 없다. 팍팍 와닿는 말씀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인사고과를 엄하게 매기는 조직이 창의적이기를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사고과를 엄하게 매기는 건, 그냥 사장과 임원과 부장들의 자기만족이지요. '나는 조직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이런 자기만족을 위해 조직을 망가뜨리고 있는거예요. 실패를 두려워하는 개인과 조직은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없어요. 위험을 무릅쓸 수 없거든요. 창의성을 중시하는 회사는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터여야합니다.

 

그나저나 창의적 컨설턴트라는 직업이 다 있군요. 퇴직 후 직업으로 고려해 봐야겠어요. PD가 하는 역할이 컨설팅이거든요. 작가에겐 대본 컨설팅, 배우에겐 연기 컨설팅, 제작자에겐 기획 컨설팅. 개인이나 기업이 하는 일에서 재미를 찾아주는 일, 바로 그게 제가 꿈꾸는 미래의 직업입니다.

 

'성공한 대박 피디도 아닌 주제에 어디 감히 컨설팅을 하느냐?' 라고 반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보다 싸게 하면 됩니다. 남들이 100만원 받을 때, 저는 10만원 받고 일하는 게 꿈이에요. 어차피 퇴직 후에는 애들도 다 컸겠다 돈 들어갈 일이 없어요. 적게 벌어도 됩니다. 돈을 적게 벌면서 사는게 저의 꿈입니다. 대신 일은 반드시 재미있어야 합니다. 의뢰 받은 일이 돈도 적은데 재미도 없다면 굳이 할 이유가 없지요. 돈도 적고 재미도 없으면, 안하고 그냥 놀면 됩니다. 퇴직후에 굳이 돈 욕심에 노후를 낭비할 필요는 없어요. 돈을 적게 벌어야 재미난 일을 선택할 수 있어요.

   

어쩌면 저의 '대체 불가능성'은 능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저렴한 단가에서 올 수도 있어요. 가격 대비 성능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가격을 깎는데 있거든요. ^^

'공짜로 즐기는 세상' 이게 저의 좌우명입니다. 세상을 즐겁게 살기 위해 큰 돈이 필요하진 않다. 이 믿음이 어쩌면 저의 노후에 일을 가져다줄 지 모르겠어요.

노후에 일은 어떻게 찾을 것인가? 다음에는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이란 책을 읽으며 얻은 아이디어를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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