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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지금 대학에서는 무슨 일이?

by 김민식pd 2016. 8. 9.

2016-185 진격의 대학교 (오찬호 /문학동네)

 

최근 이대 사태를 보면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년 전부터 이대 구성원들에게 '학교가 좀 이상해졌어요.'하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교수님이나 학생이나 공히 양쪽으로부터. '이것이 과연 이대만의 문제일까?' 궁금함에 책을 찾아들었습니다. 

얼마 전 소개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의 저자 오찬호 선생님이 '진격의 대학교'란 책을 내셨어요. '기업의 노예가 된 한국 대학의 자화상'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요즘 대학은 '취업사관학교'를 자처하고, '영어를 숭배하고' '완전한 기업'의 행태를 보입니다. 그 결과 인문학은 대학에서 사라져가고 민주 시민 양성이라는 소명은 점점 멀어지지요. 

교육부는 대학 평가라는 제도로 학교들을 서열화하고, 기업은 취업이 어렵다는 걸 이용해 학교를 입맛대로 길들이고, 일부 학생과 부모들은 대학 교육을 무슨 취업 준비로 보면서 민주 시민 소양 교육을 죽입니다. 대학에서 세월호 관련 행사를 하려고 하면 '우리 학교가 좌파 행사하는 곳이라고 소문 나면 대기업에서 싫어할텐데, 취업은 누가 책임지냐?'라는 반대가 쏟아져나옵니다. MB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나 대선 개입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잘못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입장입니다.

 

'민주주의가 훼손되어도 무덤덤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그것에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교육은 개인이 공적인 것의 가치에 대한 의식을 함양하는 수단이다. 대학은 그 교육의 정점에 있는 기관이다. 한국의 대학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고 있을까?'

(위의 책 247쪽)

인공지능의 시대에는 창의성이 중요합니다. 인공지능이 못하는 일을 인간이 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공감과 협력입니다. 공감은 인간에 대한 이해, 즉 인문학의 바탕 위에 이루어지고 협력은민주주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지금 대기업들이 30년 후에도 그대로 유지될까요? 미국과 유럽을 보면 10년 사이 새로 생겨난 기업들이 지식 산업을 주도하고 있어요. 당장 기업에 써먹을 수 있는 사람, 대기업 입맛에 맞는 사람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인간 본질에 대한 통찰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책갈피의 저자 소개를 보면 

'2007년부터 전국 11개 대학 및 대학원에서 강의를 했거나 하는 중이다. 대학 강의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시대를 읽어내는 좋은 공부지만, 취업과 관련 없으면 '무용 無用' 하다고 생각하는 대학의 풍토와 여전히 갑을관계로 강사를 대하는 일부 교수들의 시대착오적인 태도가 짜증이 나서 언제까지 여기에 매달릴지는 고민이다.'

라고 나옵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쓴 '309동 1201호'의 페이스북을 팔로우중인데, 이 분이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셨어요. 대학의 내부 고발자 역할을 수행하며, 가명으로 책을 계속 내주기를 기대했는데, 놀랐어요. 맥도날드 알바생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대학 시간강사를 그만 두고 대리 운전 기사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떤 조직이 망조를 보이는 시점은 뜻있는 사람들이 그 조직을 떠날 때이지요.

(이분이 페이스북에 연재하는 '대리 사회', 요즘 제가 탐독하는 글 중 하나입니다.

https://www.facebook.com/3091201lin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남은 인생을 공부하면서 살고싶어요. 일하면서 야간 대학원을 다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요.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100세 시대, 앞으로 일을 더 하고 싶지 않아요. 잘 놀고 싶어요. 그런데 대학은 요즘 취업 중심, 실무 중심 교육에 열을 올립니다. 더 잘 놀고 싶은 사람은 어디서 공부해야 하나요? 재야에 계시는 백수 선생님들에게 배우려고요. 책이나 강연을 통해 스승을 찾는 '길 위의 인문학' 공부, 그게 저의 인생 후반전 계획입니다.

지금의 대학 내부 구성원들에게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 고민이 행동으로 터져나온 것이 이번 이대 사태의 본질입니다. 대학이 굳이 학위 장사를 해야하는지, 평생 교육을 위해 반드시 대학에 매달려야하는지, 저는 의문입니다.  

'대학은 시장의 편협한 명령에 항복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공적 기관이다.

- 제니퍼 위시번'

(책 서두에서)

ps.

2장 '대학이 영어를 숭배할 때'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대학 내 영어 중시 풍조는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있어요. 저는 조기 영어 교육에 반대합니다. 매번 강조한 이야기지만, 책에서 만난 글귀를 다시 한번 소개합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영어 교육을 엄청 많이 받았다. 조기 영어교육이 언어구사력, 창의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각주: PD수첩 "조기 영어교육 열풍, 신음하는 아이들!" 방송에서는 동덕여대 우남희 교수의 '창의적 사고력 검사' 결과를 소개한다.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는 언어창의력이 공동보육원에 다니는 어린이의 74퍼센트 수준에 불과했다.'

(위의 책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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