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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

유시민의 공감필법

by 김민식pd 2016. 8. 4.

2016-184 공감필법 (유시민 / 창비)

 

창비에서 낸 '공부의 시대' 시리즈 중 두번째로 소개하는 책입니다. 김영란 선생님의 '책읽기의 쓸모'를 읽었으니, 이제 '글쓰기 비법'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유시민 선생님의 강연 제목은 '공부와 글쓰기'입니다. 김영란 선생님이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사정에 공감하는 법을 연습하라고 하셨는데요, 유시민 선생님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공감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책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텍스트에 담아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독서가 풍부한 감정 체험이 될 수 있다.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해야 책 읽기가 공부가 된다. 그리고 남이 쓴 글에 깊게 감정을 이입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가상의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자기 생각과 감정 가운데 타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골라낼 수 있고, 그것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

(위의 책 책머리에서)

 

책머리에 나온 이 글이, 독서와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글쓰기를 연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서평 쓰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공감한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다른 사람도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 그 궁리를 끊임없이 하게 되거든요.

 

'공부는 결국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입니다.'

(위의 책 18쪽)

 

글쓰기는 독서에서 시작된다는데, 사람은 언제 책을 읽을까요? 저의 경우, 사는 게 힘들 때,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현재를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나를 괴롭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런 고민이 사라지거든요.

 

'사람은 나약한 존재라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면 어디에든 기대려고 합니다. 종교에 기대기도 하고 멘토에 기대기도 하고 술에 기대기도 합니다. 저는 책에 의지합니다. 이것저것 해봤지만 제일 믿을 만한 건 역시 책이더라고요. 책을 찾아보면 이쪽이든 저쪽이든 듣고 싶은 얘기가 다 있습니다.'

(위의 책 67쪽)

 

정말 힘들 때 저는 집에 틀어박혀 혼자 책만 읽습니다. 올 1년,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독하게 결심한 건, 그만큼 제가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겠지요. 힘들 때, 책만큼 든든한 친구도 없어요. 그 든든한 친구에게 얻은 지혜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글을 씁니다.

 

'글쓰기는 뭐냐? 내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정보, 옳다고 믿는 생각,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글쓰기는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행위인 동시에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자 텍스트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과 감정도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 모든 것은 문자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겁니다.'

(위의 책 76쪽)

 

책 읽기는 취미 같은데, 글쓰기는 특기 같지요? 책은 누구나 읽는데, 글은 아무나 못 쓸 것 같아요. 무엇이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 쉽고,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입니다. 그런데 항상 더 어려운 것이 보람이 더 큽니다. 어려운 글쓰기를 더 쉽게 만들어주는 비법은 없을까요?

 

'언어는 말과 글인데, 말이 글보다 먼저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말로 의사소통한 건 수십만년 되었지만 글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몇천년 밖에 되지 않아요. 누구나 글을 읽고 쓴 것은 몇백년도 안 되고요. 그래서 글이 아니라 말이 기본이라는 겁니다. 저는 말에 가까운 글일수록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문장을 제대로 썼나? 이게 제대로 된 글인가? 혼자 글을 쓰다보면 이런 의문이 들죠. 그럴 때는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입으로 소리를 내기 편하고 귀로 들어서 거슬리지 않고 뜻이 말하는 것처럼 잘 전해지면 잘 쓴 겁니다. 발음하기 어렵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고 뜻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소리 내기 편하고 듣기 좋고 뜻이 분명해지도록 고쳐나가면 됩니다. 자꾸 그렇게 하다보면 저절로 문장이 좋아집니다. 믿고 해보시기 바랍니다.'

(위의 책 96쪽)

 

피디 지망생에게 논술 지도를 할 때도, 저는 말하듯 글을 쓰라고 합니다. 글을 쓰라고 하면, 꼭 어려운 문자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어려운 글은 말이 되지 않아요.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소리 내어 읽어보면 됩니다. 말하듯 글을 쓰면 처음 시작하기가 쉽고, 글을 쓴 다음 다시 입말에 맞춰 다듬으면 글의 퇴고가 쉽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고치기, 글을 쉽게 잘 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만큼 책을 안 읽는다고 합니다. 책보다 더 재미난 것이 많거든요.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아니, 다가올 시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음 시간에는 '디지털 시대 인문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신, 진중권 선생님을 만나봅니다.

'공부의 시대', 궁금한 점을 콕콕 집어서 답해주시는, 우리 시대 고수들의 핵심 정리 특강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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