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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오래오래 공부하고 싶은 이유

by 김민식pd 2018. 7. 20.

<공부논쟁> (김두식 김대식)을 읽고 오래전에 써둔 글입니다. (드라마 연출로 새로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 예전에 써둔 글을 다시 고쳐서 올리는 중입니당~^^)

서울대 공대 합격한 아이도 지방대 의대에 동시 합격하면 서울대 포기하고 지방대 의대로 갑니다. 그걸 보고 다들 이공계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이에 대해 김대식 교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입시에 성공한 학생들이 의대 가는 걸 이공계 교수들이 오히려 좋아해야 해요. ‘이번에는 정말 괜찮은 애들이 왔어. 의대 간 저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 이미 머리가 다 타버렸어.’ (중략)

물론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한 애들은 열심히 산 학생들이고 목표도 뚜렷해요. 집안도 좋고 성실한 학생들이 많죠. 그런데 창의력이 떨어져요. 그건 교수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예요. 그런데 왜 창의성이 떨어지는지는 얘기하지 않아요. 왜 창의성이 떨어지냐?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에요. 그냥 열심히 산 게 아니라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에요. (중략)

머리가 번아웃 burnout 되었다는 거죠. 소진된 거예요. 시실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다 사기입니다. (중략)

13세에 대학에 들어가서 20대 초반에 박사를 받는 애들을 제가 미국에서 직접 봤어요. 미국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애들 대부분 실패합니다. 30대가 되면 다들 무대에서 사라져요. 두뇌를 너무 일찍 태워먹은 거예요. 그게 바로 번아웃입니다.

20대에 공부를 열심히 해서 30대에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사람들은 그렇게 번아웃되는 경우가 없어요. 학자들의 정년 보장심사를 엄격하게 해서 진짜와 가짜를 갈라내야 한다고 제가 주장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10대 청소년을 쥐어짜는 게 아니라 30대 학자들을 쥐어짜야 과학이 발전합니다.'

(위의 책 210)

 

김두식 선생님은 비인기학과를 통폐합하는 과정이 너무 무계획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말합니다도대체 취업률이 낮다고 연극학과 문을 닫게 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대기업 가겠다고 연극학과 간 애들이 아닌데.’ 대학에서 영어 강의를 종용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짓이지요. 교육 정책이 엉망인 이유에 대해 김대식 선생님의 말이 재미있어요.


교육정책이 졸속으로 결정되는 이유는 내가 알지. 간단합니다. 우리나라는 행정고시 붙은 공무원들, 고위관료들에게 해외연수의 기회를 줍니다. 교수들에게 연구년을 주는 거랑 비슷해요. 다수의 공무원들이 행정대학원으로 유명한 위스콘신대 아니면 버클리대를 갑니다. 거기서 1년 동안 온갖 이야기를 주워듣고 와요. ’‘? 미국은 총장직선제가 아니네. 학부도 우리와 다르네. 미국은 추천서나 집안이 중요하네. 케네디처럼 집안이 좋으면 무조건 하버드대를 가네.’ 뭐 이런 걸 보고 와서는 덜 떨어진 아이디어로 나라를 흔드는 거야. 그 결과 우리나라가 잘해온 것들까지 다 망쳐버리는 겁니다.‘

(268)

 


현행 교육 제도 하에서는, 15세에 인생이 결정되는 지금의 공부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에 급제하는 연령은 15세 내외, 늦어도 20세 정도였지요. 그때는 평균 수명이 40세니 인생의 중간에 딱 승부를 낸 겁니다. 이제는 90세까지 사는 시대, 어떤 고등학교를 가느냐, 특목고를 가느냐 못 가느냐로 인생이 결정되는 건 문제가 있어요.출신 고교나 대학으로 인생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적어도 20대 중후반까지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 그런 말씀도 참 와닿았습니다. 

90세까지 사는 시대이니 40대에도 다시 공부로 인생 역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죽을 때까지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게 목표입니다. 늙으막에 출세를 바라는 건 아닙니다. 그냥 10대에 하지 않은 공부, 이제 스스로 마음을 내어 하고 싶어요. 그게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니까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때, 과거에 블로그에 비공개글로 남겨둔 글을 뒤져봅니다. 예전에 책에서 좋은 글귀를 만나면 필사해두고 비공개로 남겨뒀거든요. 그 글을 뒤지며 다시 공부를 이어갑니다. 공부, 아무리 바빠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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