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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종횡무진 독서일기 (소설 편)

by 김민식pd 2016. 6. 29.

벌써 6월 말이군요. 올 한 해, 계획한 바가 있다면 딱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기지요. 저는 올 한 해, 300권의 책을 읽겠노라, 마음을 먹었는데요. 어제까지 올린 독서일기 번호를 보니 135번이군요. 150권을 채워야 중간 목표 달성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밀린 소설 리뷰를 한꺼번에 올립니다.

 

2016-136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 문학동네)

올 한해의 독서는 장강명 작가 덕에 더 풍성해졌어요. 이 책도 재미있네요. 장강명 작가는 초기작보다 최근작이 더 좋아요. 갈수록 글이 더 좋아지는 스타일.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니 거의 매일 한 권씩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시더군요. 동기부여도 강하고, 자기관리도 잘하고, 음... 앞으로 더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2016-137 괴담의 집 (미쓰다 신조 / 현정수 / 북로드)

'시사인'의 '기자가 추천하는 책' 코너에서 추천한 책입니다. 여름엔 역시 납량 특집 괴담집이 어떠냐고 권하기에, 선뜻 읽었다가 며칠 째 밤에 잠들기 전이면 꼭 침대 아래가 신경쓰이네요... ^^ 네, 여름에는 역시 이런 공포물을 읽어줘야지요. 괴기물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책은 흥미로웠어요. 괴담 미스터리 스릴러. 귀신 이야기에 추리가 들어갑니다. 트릭도 기발하고 반전도 좋았어요. 더운 여름 밤, 미쓰다 신조를 읽어야겠어요. ^^

2016-138 레드 브레스트 (요 네스뵈 / 노진선 / 비채)


'해리 홀레' 시리즈의 초기작입니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저는 약간 실망했습니다. 1940년대 2차대전 전쟁터와 2000년대 현재의 살인이 교차하는 초반부가 진도가 너무 느리게 나가더군요. 화자가 자꾸 바뀌고, 그 화자의 정체도 모호하고, 이래저래 진도가 안 나갔어요. 책은 또 왜 그리 두꺼운지... 해리 홀레라서 믿고 버텼지만 쉽진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는 '데빌스 스타' '스노우맨' '레오파드'가 더 좋아요. 이 작가도 뒤로 가면서 숙성하는 스타일인가?

2016-139 파리 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 조동섭 / 밝은 세상)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에서 남자 주인공들은 항상 몰락을 경험합니다. 바람을 피우면 안 되고, 이혼을 당해도 안 되고, 낯선 여인의 유혹을 받아들여도 안 되죠. 교훈 소설인가? 쉽게 읽히는 맛은 있지만, 끝내고 나면 별로 남는 건 없는 느낌이에요.

 

2016-140 정글북 (러디어드 키플링 /원지인 / 보물창고)

영화 개봉 소식에 다시 찾아 읽은 책입니다. 유년 시절에 제가 가장 좋아한 이야기 중 하나거든요. '정글북'하면 다들 늑대소년 모글리와 시어칸의 대결을 떠올리지만, 제가 좋아하는 주인공은 족제비를 닮은 몽구스 리키티키태비입니다. 좋아하는 인간 가족을 지키기위해 코브라 부부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작은 몽구스 이야기. 언제봐도 감동이에요. '어라? 정글북에 그런 이야기도 있어?' 하시는 분이 있다면, 가급적 동화로 개작하지 않은, 원전에 충실한 책을 다시 읽어보시길. '정글북'에는 의외의 재미가 숨어있거든요. 

 

2016-141 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 오후세시)

열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이야기마다 화자도 다르고 시점도 다르지만 한 사람에 대한 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공중그네'나 '남쪽으로 튀어'는 유쾌하고 즐거운데, 히데오 선생은 요즘 조금씩 어두워지는 느낌입니다. '나오미와 가나코'도 그렇고, 팜므 파탈이 많아지네요. 예전 작품처럼 마냥 웃겨주시면 안 되나요?

 

2016-142 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 윤정숙 / 아르테)

작가의 이름을 보고 찾아읽었어요. 재미있네요. 다만, 미치 앨봄은 역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논픽션이 최고에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아직 못 보셨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참고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영문 오디오북으로도 퀄리티가 뛰어납니다. 책을 이미 읽은 분이라면 영어 리스닝 공부삼아 오디오북을 찾아 들어보세요. 특히 '모리' 교수의 육성 인터뷰 대목은 감동이에요.

 

2016-143 55세부터 헬로라이프 (무라카미 류 / 윤성원 / 북로드)

동네 도서관에서 '괴담의 집'을 빌려 읽었는데, 제가 첫번째 독자였나봐요. 책 중간에 출판사 신작 소개 팜플렛가 끼워져있더군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4050세대의 다섯 가지 가느다란 희망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책소개에 끌려 찾아읽었습니다. '노후파산'과 '2020 하류노인이 온다'를 읽은 후, 일본 중장년 세대의 현실이 무척 궁금했거든요. 바뀐 세상에서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일본은 30년 전이나 40년 전에 비하면 월등히 풍요로워졌는데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 춘계 임금 인상 투쟁에서도 대기업 노조는 경영진에게 굴복했고, 요 근래 급료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 아니, 오르기는커녕 실적이 부진한 가전제품 회사에는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대기업이 그런 상황이니 중소기업 사원이나 파견 직원,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비참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위의 책 313쪽)

부자 나라에 사는 가난한 노인들. 평생 노력을 다하고도 그 보상을 받지 못하는 일본의 5,60대 장년들의 이야기가, 5편의 단편으로 이어집니다. 정리해고 후 집에서 무기력하게 나날을 보내는 남편을 견디다못해 황혼 이혼을 하는 여인 (결혼상담소) 공사장에서 알바를 하면서 자신이 노숙자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는 남자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은퇴 후, 캠핑카를 사서 여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삶을 꿈꾸지만 가족의 반대로 다시 재취업 전선에 나서 공장 경비원 일을 알아봐야하는 남자. (캠핑카) 등등. 출판사 소개글 그대로 “한없이 논픽션에 가까운 픽션”입니다.

'55세부터 헬로라이프'! 55세가 되면, 아이를 다 키우고, 은퇴를 하면, 자유로운 삶이 펼쳐질까요?

소설 속 황혼 이혼을 결정한 여인의 독백이 와닿습니다.

'이혼, 실직, 경제적 고통?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는 후회를 남기는 거야.'

저는 은퇴 후를 가슴 설레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될 테니까요. 인생에서 후회를 남기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꿈꾸는 노후란 결국 요즘같은 날들의 연속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또 그렇게 빌린 소설을 지하철에 앉아 읽으며, 혼자 키득거리고, 그러다 북한산을 걷고, 다시 산 속 의자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저는 늙어서도 요즘처럼 매일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그렇게 살다가 갔으면 좋겠어요.

색다른 노후란 없어요. 지금 나의 일상이 이어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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