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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by 김민식pd 2016. 6. 23.

2016-132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이토 히로시 / 지비원 / 메멘토)

 

알파고의 시대, 취업은 갈수록 힘들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직업이 아니라 생업입니다. 생업이란,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고, 돈 때문에 내 시간과 건강을 해치지 않으며, 하면 할수록 머리와 몸이 단련되고 기술이 늘어나는 일, 이것이 바로 생업이다.

앞으로는 한 사람이 생업을 세 가지 이상 갖고 있으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일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취직을 떠올릴 테다. 곧 회사에 들어가 일하는 것을 상식으로 여기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늘날에는 '일은 생활을 희생하며 하는 것'이라고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의 시간과 건강을 쪼개 팔면서 돈과 교환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렇게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위의 책 7쪽)

 

저자는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요. 그 일이란 것이 거창하지도, 큰 돈을 버는 일도 아닙니다. 그냥 해보고 재미있으면 그 일을 조금씩 일 삼아 하고 있어요. '몽골 진짜배기 생활체험 투어' '시골에서 장작가마로 굽는 빵가게 열기' '산골 할머니들이 직접 만든 생화 장식 온라인 판매' '전국 마루깔기 협회 활동' '콘크리트 블록 담 해머해체 협회' 등등.

직업이 많다는 것은 제대로 된 직업이 없다는 뜻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네, 이게 생업의 핵심이랍니다. 작고 소박한 다양한 일거리. '이런 걸로 돈이 되나?' 싶은 일을 하며 삽니다. 적게 벌고 많이 놀자는 주의지요.

 

'유행과 경쟁은 피하고 기계가 도맡는 일도 하지 않는다.'

(위의 책 47쪽)

 

이 말은, 돈 되는 일은 피한다는 뜻이지요. 돈이 된다고 알려지면 누구나 뛰어들고, 산업화가 이루어지고,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기계화로 이어집니다. 이런 일은 피해야한답니다. 알파고와 경쟁하며 살 필요는 없잖아요? 대신 큰 돈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별로 도움이 안될 거예요. '이제 큰 돈을 버는 시대는 갔구나. 쉽게 취업을 할 수 있는 세상도 아니구나.' 이렇게 깨달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시작한 새로운 트렌드가 바로 작고 소박한 생업 만들기입니다. 거창한 창업이 아니에요. 창업해봤자 프랜차이즈 업체 배 불리고,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만 날릴 수 있어요. 창업에는 자본이 들고, 자본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혹사시켜야합니다. 자신을 착취하는 구조인거죠. 저자는 창업보다는 취미인지 일인지 애매모호한 작은 일들을 권합니다.

목차를 보면 1장이 '생업이란 무엇인가'인데, 2장은 '혼자 사는 데 필요한 지출을 점검하고 줄이자'라고 되어있어요. 적게 버는 생업만으로도 생존가능하려면 소비와 지출을 줄이는 게 우선입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꿈을 좇는 작전은 매우 전투적인 사람이 아니면 권하고 싶지 않다. 대개의 꿈은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에 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에서 시간과 기력을 빼앗기기 쉬운 상태에서 치열한 경쟁에 임한다면, 이미 지위를 얻은 전투적인 사람들을 이기기란 더 힘들다. 세상은 그런 면에서 보면 실로 냉혹하다.'

(위의 책 53쪽)

 

정말 와닿는 얘기입니다. 알바를 하면서 꿈을 향해 달렸는데, 그 꿈에서 좌절한다면, 어느 순간 '내 인생은 그럼 뭐지?' 하는 순간이 옵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면 즐거운 과거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인생이란 어찌보면 즐거운 추억의 총합입니다. 알바를 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즐거운 알바를 해야겠어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꿈도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생업이 모든 이를 위한 정답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삶의 대안은 될 수 있을 겁니다.

책에 저자가 몽골 투어를 꾸리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 년에 딱 두번만 간답니다. SNS에 공지를 띄우고 몽골 주점에서 파티를 하며 여행 컨셉을 소개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을 모아 한 번씩 여행을 다녀온답니다. 이걸 매달 하면 일이 되고, 돈 욕심에 많은 사람을 모은다면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도 서비스하듯 참아야해서 즐겁지 않다는 거죠.

문득 2011년 인도 배낭여행 갔다가 만난 프랑스 아가씨가 생각났어요. 스물 일곱의 그녀는 인도에 푹 빠져서 매년 3~4개월씩 혼자 인도를 다니며 배낭여행을 즐긴답니다. 그게 자신만의 여행 코스 답사인거죠. 프랑스에 돌아가서 2~3개월에 걸쳐 블로그에 여행기를 공유하고 그 코스대로 여행하고 싶은 사람을 모객한답니다. 프랑스의 경우, 나이많은 4,50대 중에는 패키지는 싫은데, 영어 공포증에 자유여행을 차마 못가는 분들이 많다네요. 그런 사람을 대여섯명 정도 모아서 2달짜리 여행을 떠난답니다. 소규모 단체 배낭인거죠.

큰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찾을 수 있어요.

큰 꿈 보다는, 작고 소박한 꿈을 찾아보아요.

그게 알파고 시대의 행복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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